오늘 취임… 감독기구로서 제목소리 낼 뜻 밝혀

“금융감독원의 신뢰 회복은 우리의 ‘이름’을 찾는 데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윤석헌 금감원장이 8일 취임하며 던진 화두는 ‘정명(正名ㆍ이름에 합당한 실질을 갖춤)’이었다. 5분 남짓 길지 않은 취임사를 낭독하는 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이름’을 언급한 윤 원장은 공자가 국가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묻는 제자 자로의 질문에 ‘정명’을 들었다는 ‘논어’ 속 고사까지 인용했다. 그러면서 감독당국으로서 금감원의 임무를 “금융감독원이라는 이름 그대로 금융을 ‘감독’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이 독립적 감독기구로서 제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관 강당에서 가진 취임식에서 금감원을 ‘국가 위험 관리의 중추’라고 규정하면서 “금융에 잠재된 위험이 가시화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동시에 현실화된 위험에는 엄중히 대처하는 것이 금융감독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우호적이지만은 않았다”며 “외부의 다양한 요구에 흔들리고 내부의 정체적 혼란이 더해지면서 독립적으로 역할을 수행하는데 미흡했다”며 지적했다. 그는 금융감독 사각지대 발생, 가계부채 문제, 저축은행ㆍ동양그룹 사태 등을 오점으로 꼽기도 했다.
윤 원장은 “금융감독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독립성 유지가 필요하며, 단지 행정의 마무리 수단이 돼서는 곤란하다”며 “금융시장과 금융산업에서 견제와 균형을 통해 위험관리 역할을 다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과 원칙에 따라 그리고 소신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야 한다”고도 했다. 금융위원회 하급기관으로 정책적 보조를 맞춰왔던 기존 금감원 행보에서 벗어나 독립된 감독기구로서 현안에 대응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원장은 교수 시절 줄곧 금융감독 체계 개편을 요구해왔다. 산업 육성이 초점인 금융정책과 금융사 영업 및 건전성 감시가 목적인 금융감독은 이해상충이 일어날 수 있는 영역인데도, 금융위가 이를 동시에 관장하는 현행 체계는 문제가 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윤 원장이 취임하자마자 평소 소신이자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금융감독 체계 개편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설 경우 금융위와 갈등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윤 원장 취임 첫날 금감원은 삼성증권 배당사고 특별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중징계를 예고했다. 또 열흘 뒤인 17일엔 금융위 감리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 입증에 나서게 된다. 조기 낙마한 두 전임자(최흥식ㆍ김기식)에 이어 현 정부 금융개혁 구원투수로 등판한 윤 원장의 향후 행보도 이들 난제를 푸는 과정에서 뚜렷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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