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 버블 붕괴 후 실직 상태
노부모에 얹혀살며 사회 문제로
젊은세대에 가려 사각지대 방치
전체 히키코모리 100만명 추정
일본 내각부가 올해 가을 40~60대 히키코모리에 대한 첫 실태 조사를 실시한다. 은둔형 외톨이를 가리키는 히키코모리는 그 동안 학교 내 집단 따돌림이나 등교 거부 등에 따른 젊은 세대의 문제로 인식됐으나, 은둔 생활 장기화에 따라 중년이 되어서도 고령의 부모에게 의존하는 ‘8050(80대 부모ㆍ50대 자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8050 문제’는 이미 현실로 닥친 모습이다. 지난해 10월 도쿄(東京)도에서 열린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회 연합회 전국대회에 참석한 후쿠오카(福岡)현에서 온 86세의 할아버지는 “여생이 3,4년이겠으나, (장남의) 히키코모리 해결을 할 만큼 한 다음에 저 세상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장남은 47세로 1989년부터 히키코모리 생활을 이어왔다. 대학 입시 실패가 계기였다. 원하는 국립대학교에 불합격한 뒤 다른 학교에 진학했지만, 의욕을 상실하고 이내 낙향했다. 이후 거품 붕괴, 정보사회의 도래, 고베(神戸) 대지진 등을 겪으며 사회에 진출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퇴직금이 바닥이 난 그는 “이대로는 부자가 모두 파탄”이라며 “(아들이) 40대 후반에 사회경험도 없어 기업이 고용할 리 없다. 생활보호가 중단되면 정말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가나가와(神奈川)현의 74세 할머니도 비슷한 처지다. 40대의 아들은 7년 전 일을 그만 두고 지금은 밤낮이 바뀐 채 집 안에서 컴퓨터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아직은 자영업을 하고 있어 아들에게 월 5만엔(약 49만 4,000원)의 용돈을 주고 연금과 보험료도 부담하고 있는 형편이지만, 할머니는 “돈이 없어지면 아들은 아무 것도 안 먹고 가만히 있을 것”이라며 “극단적으로 말해 아사할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이는 일본의 사회 현상과 맞물려 있다. 1990년대 초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층이 그대로 사회에 진출하지 못한 채 중장년층이 된 경우가 많다. 지난해 후생노동성과 KHJ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회 연합회의 공동조사 결과, 은둔 생활 기간이 40세 미만에선 평균 9년인 반면 40세 이상에선 평균 19.4년이었다. 또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70~80대까지 일하면서 자식을 돌보는 부모가 늘고 있고, 미혼의 자식이 고령인 부모와 함께 사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에 중장년층의 히키코모리 지원을 위해 이들의 규모와 생활 형편 등의 파악에 나섰고, 올해 2,000만엔(약 1억9,791만원) 규모로 조사를 위한 예산을 책정했다. 당국은 40~59세 세대원이 있는 전국 5,000가구를 추출해 조사원이 직접 방문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본인이나 가족에게 취업 여부나 생활형편, 외출빈도, 은둔 계기와 기간 등을 기입하도록 해 전국적인 인원 규모를 산출한다.
일본 정부는 앞서 2010년과 2015년에 히키코모리에 대한 실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대상을 15~39세로 한정했고, 2015년 약 54만명으로 추산했다. 같은 해 야마나시(山梨)현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히키코모리 연령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이 60% 이상에 달했다. 이에 40대 이상을 포함할 경우 전국적으로 히키코모리 규모가 100만명 이상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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