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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5명 중 격론ㆍ난감함 없이 결정

입력
2018.05.08 04:4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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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리(본명 정명교) 연세대 교수(왼쪽부터)와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가 제29회 팔봉비평문학상 본심 심사를 하고 있다. 신상순 기자
정과리(본명 정명교) 연세대 교수(왼쪽부터)와 김주연 숙명여대 명예교수, 오생근 서울대 명예교수, 김인환 고려대 명예교수가 제29회 팔봉비평문학상 본심 심사를 하고 있다. 신상순 기자

비평계는 다소 시끄럽게 북적거려야 좋다. 그런데 최근의 우리 비평계는 너무나 조용하다. ‘미투(#Me Too)’ 운동에 조금이라도 연루되기 싫다는 기피심리가 그렇게 만든 것일까? 좋은 작품이 없어서라고 말하기에는 미투 운동에 대한, 상식적 시각을 벗어난, 점검마저 시도하지 못하는 비평계의 모습이 괴이할 정도로 적막하다. 세상은 고요하고 평온해야 좋지만 비평계가 고요하고 평온한 것은 나쁜 일이다. 화제가 될만한 작품이나 글을 발견하거나 생산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주는 까닭이다.

제29회 팔봉비평문학상의 심사 대상 평론집은 모두 48권이었다. 이 수치는 최근 몇 년간 1년 동안에 생산되는 평론집의 총 권수가 약 50권 내외였던 사실을 상기할 때 미미하게나마 줄어들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다시 말해 이 사실은 우리나라의 평론가 수와 그들이 생산하는 글의 편수가 일정한 수치에서 고착화되어 있다는 것과 하강 곡선을 그릴 가능성을 말해주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오늘의 한국 비평이 안정화되고 있는 것인지 침체화되고 있는 것인지를 한번쯤 고민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난달 16일에 열린 1차 회의에 참석한 김주연(위원장), 김인환, 오생근, 정과리 네 분의 심사위원들은 목록을 검토하면서 금년도에는 주목해야 할 평론집의 숫자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을 걱정하는 눈치였다. 이경수, 이경재, 장경렬, 정은경, 조재룡 5명의 평론집을 2차 회의의 심의 대상으로 정하면서도 심사위원들은 어떤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 간사인 문학평론가 홍정선 인하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 간사인 문학평론가 홍정선 인하대 교수. 한국일보 자료사진

26일에 열린 2차 회의는 조용하고 차분했다. 2차 회의에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대상자 때문에 양보 없는 토론이 벌어지는 풍경이나, 마땅한 수상자를 찾지 못해 난감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풍경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심사위원들이 돌아가면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을 때 수상자가 누가 될지는 이미 결정되어 있었다. 그럼에도 심사위원들은 이경재의 글이 잘 읽힌다는 미덕을 이야기하고, 장경렬의 글이 이전에 비해 수준이 고르다는 미덕을 이야기하면서 최종적인 결정을 미루고 있었는데, 그것은 좀 더 객관적인 확신에 대한 욕망 때문이었다. 시간 끌기는 시에 대한 열정을 바탕으로 정밀한 사유의 깊이를 보여준 조재룡을 수상자로 선정한 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다는 확신을 서로 확인해 나가는 방법이었던 것이다.

홍정선 팔봉비평문학상 운영위 간사ㆍ인하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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