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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 수위 점점 높이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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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압박 수위 점점 높이는 미국

입력
2018.05.08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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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위성발사 금지ㆍ대량살상무기 폐기”

비핵화 목표 ‘영구적’ 강조 PVID 재언급

北 “오판 말라”… 북미회담 신경전 가열

지난해 2월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례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AP 연합뉴스
지난해 2월 미국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정치행동위원회(CPAC) 연례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는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워싱턴=AP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측 간 신경전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과거 비핵화 협상 카드였던 핵 실험 및 미사일 시험 발사 유예를 회담 착수 전에 완료하는 등 먼저 성의를 보였는데도 미국이 오히려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려 하자 북한이 “오판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나섰다.

7일 미 관영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자국 국무부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북한의 어떤 위성 발사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명확한 위반이 된다”는 점을 지적했다고 보도했다. 평화적 우주 개발 명분의 로켓이어도 북한이 발사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입장을 확인한 것이다.

미국의 완고한 태도는 이뿐 아니다. 협상 타결 조건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마저 보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에 이어, 4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야치 쇼타로 일본 국가안전보장국장과의 회동에서 핵 폐기 수식어로 ‘영구적’(permanent)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미국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기존 목표를 ‘영구적이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PVID)로 바꾼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며 폐기 대상 범위도 확장됐다. 볼턴 보좌관이 지난달 29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및 생물ㆍ화학무기도 폐기해야 한다”고 하자 사흘 뒤 폼페이오 장관도 핵무기ㆍ탄도미사일ㆍ생화학무기를 포괄하는 대량살상무기(WMD) 프로그램을 폐기 대상으로 언급했다.

다만 아직 협상 판을 흔들 정도의 변수는 아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검증이 아무리 철저해도 애초 북한 곳곳에 산재한 핵 시설을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에 완전히 폐기한다는 게 실현 불가능한 목표였던 만큼 보다 현실적인 개념을 설정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도 “기존 CVID의 ‘완전한’(complete)은 워낙 포괄적이어서 대체할 필요가 없는 표현”이라며 “‘영구적’도 유사한 의미로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아니라 자국 내 반대파를 겨냥한 시위라는 해석도 나온다.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북한과 타협하고 말 거라는 미국 내 회의주의가 트럼프 대통령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며 “새 표현 사용, 폐기 대상 확대는 이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한 조치일 수 있다”고 했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도 “영구적 비핵화라는 건 핵 무기ㆍ물질ㆍ시설뿐 아니라 기술ㆍ인력까지 제거하겠다는 뜻”이라며 “WMD까지 포함, 북한에게 더 많이 내놓게 하고 더 많이 주겠다는 게 미 조야의 비판을 의식한 트럼프 대통령의 비핵화 빅딜 구상”이라고 했다.

그러나 미국의 강수가 북한의 반발을 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북한은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6일 외무성을 통해 “미국이 우리의 평화 애호적인 의지를 ‘나약성’으로 오판하고 우리에 대한 압박과 군사적 위협을 계속 추구한다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해 온 위성 발사 봉쇄가 악재가 될 수 있다. 2012년 2ㆍ29 합의 뒤 6자회담에 복귀하려던 북한은 실용위성 발사를 미국이 막자 “주권 침해”라며 비핵화 노선을 버린 데 이어, 이듬해 1월 유엔 안보리의 위성 발사 제재에 “조선반도(한반도) 비핵화 종말”을 선언했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요구 범위를 넓히다 협상이 깨질 수 있다”고 했다.

협상 결과의 가늠자는 북미 정상회담 장소다. 정부 소식통은 “트럼프 대통령이 운신하기 편한 싱가포르로 낙점될 경우 회담 성과가 불투명하다는 의미”라며 “성과가 도출될 게 확실하면 미국이 장소를 (판문점으로) 양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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