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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우리와 너무 다른 북한금융, 금융위는 열공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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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톡Talk] 우리와 너무 다른 북한금융, 금융위는 열공 중

입력
2018.05.08 04:4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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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디저트 망고무스를 망치로 열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만찬에서 디저트 망고무스를 망치로 열어보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평화 모드가 무르익으면서 통일부만큼이나 준비할 게 많아진 부처가 있습니다. 바로 금융정책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입니다. 요즘 금융위 공무원들은 북한의 금융제도를 ‘열공’(열심히 공부)하느라 바쁩니다. 앞으로 남북 간 경제협력(경협)이 늘어날수록 이를 보조할 금융기관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는 만큼 미리 대비하자는 취지에서입니다. 북한의 금융 실상을 제대로 알아야 정책을 바로 세울 수 있을 테니까요.

금융위의 북한금융 공부는 사실 ‘벼락치기’에 가깝습니다. 북한 경제ㆍ금융에 대한 정부 차원의 연구는 2014년 이후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그 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고 선언할 때만 해도 정부 부처들이 관심을 가지는 듯했지만 정작 남북관계가 최악을 거듭하면서 북한 금융 관련 정책은 우선순위에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그렇다 보니 남북경협 재개 분위기가 물씬한 지금 와서 금융위가 공부를 하려 해도 정부 안팎에 참고할 만한 자료가 별로 없습니다. 이전에 나온 논문들을 보며 동향을 살피는 수준에 머물고 있죠. 2014년 금융위가 ‘한반도 통일과 금융의 역할 및 정책과제’란 보고서를 내긴 했지만, 통일 이후 상황을 전제로 북한 개발에 필요한 비용을 둘러싼 분석이 주를 이루고 정작 필요한 남북 금융협력 방안 등은 빠져 활용도가 낮습니다.

정부부터가 북한 금융제도에 대해 드문드문 관심을 보이다 보니 북한금융의 실상은 세세히 드러나 있지 않습니다. 다만 그간 알려진 내용에 따르면 북한 금융제도는 우리와 천양지차입니다. 북한에선 금융을 ‘국가은행을 중심으로 화폐자금을 계획적으로 유통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합니다. 금융의 기능 역시 국가계획에 따라 자금을 조달하고 배분하는 데 머물러 있습니다. 남한에서는 당연하게 여기는 증권, 어음, 수표와 같은 자금중계 수단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단일은행제 역시 북한의 특징입니다. 남한의 한국은행 격인 북한조선중앙은행이 화폐를 발행하면서 일반 고객을 상대로 대출도 하는 등 중앙은행과 상업은행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북한 기업이나 일반인은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일이 흔치 않습니다. 일차적으로 은행 자금이 부족해 대출 여력이 떨어지는 탓이고, 또다른 이유는 개인 재산이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북한 주민들이 사금융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과거 독일 통일 과정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건 다름 아닌 금융이었습니다. 상업은행을 중심으로 한 금융체제가 옛 동독지역 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 낙후한 동독지역 경제를 단기간에 재건할 수 있었습니다. 정부 역시 북한의 금융제도 연구와 남북 금융협력 방안 모색에 박차를 가할 때입니다. 다만 지난 정부처럼 ‘통일금융’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앞세우기보단, 상황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길고 꾸준하게 공부를 할 필요가 있겠습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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