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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공수처 신설 국회서 발목… 검ㆍ경 과거사 정리는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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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1년] 공수처 신설 국회서 발목… 검ㆍ경 과거사 정리는 급물살

입력
2018.05.08 04:40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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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개특위 소위 구성에만 3개월

일부 야당 반발로 올스톱 상태

검찰 반발에 드루킹 변수까지

검ㆍ경 수사권 조정 불투명

자치경찰제 이견도 팽팽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 관계자들이 3월 27일 국회 앞에서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공수처설치촉구공동행동 관계자들이 3월 27일 국회 앞에서 공수처 설치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를 신설하고, 검찰ㆍ경찰 수사권을 조정하며, 광역단위 자치경찰제를 추진하겠습니다.”(문재인 대통령 19대 대선 공약집)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수사기관 권력구조 관련 ‘3대 공약’은 아직 가시적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고위 공직자를 수사대상으로 하는 공수처 신설은 사실상 검찰 문턱을 넘었으나 국회에서 발목이 잡혔고,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 반발과 ‘드루킹 변수’ 탓에 불투명하다. 자치경찰제에서는 청와대와 검찰 간의 이견이 노출됐다.

국회에 발목 잡힌 공수처 신설

최근 공수처 신설 문제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졌던 ‘큰 산’ 하나를 넘었다. 바로 검찰의 반대다. 공수처 신설 문제는 참여정부에서부터 추진됐으나, 입법 단계도 가지 못한 채 번번이 검찰 반대에 밀려 무산됐다. 공수처가 검찰 권력의 원천 중 하나인 특별수사(특수) 기능을 상당 부분 대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월말 문무일 검찰총장은 “국회가 바람직한 공수처 도입 방안을 마련해 주시면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수처 논의가 시작된 이래 검찰총장이 공수처에 찬성 입장을 낸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검찰 조직의 입장 전환에도 불구하고, 공수처 신설은 마지막 칼자루를 쥔 국회의 철옹성 앞에 멈춰 있다. 공수처 신설을 논의하게 될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는 1월 12일 첫 전체회의를 연 뒤, 소위원회를 구성하는 작업에만 3개월을 썼다. 그러나 일부 야당의 반발로 현재 정부안을 포함해 4개 안이 발의된 공수처법 협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올 스톱인 상태다.

임지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소장은 “국회가 빨리 공수처 관련 법안을 통과시켜야 제대로 됨 검찰 개혁이 가능하다”며 “국민의 피부에 와 닿는 검찰개혁은 공수처 도입으로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력기관 구조개혁 관련 검찰 입장. 신동준 기자
권력기관 구조개혁 관련 검찰 입장. 신동준 기자

드루킹 변수 맞은 검경수사권 조정

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밝혔던 검경수사권 조정의 핵심은 검찰 권한을 상당 부분 경찰 쪽으로 이양하는 것이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검찰의 기소권(재판에 넘기는 권한)과 수사권(사건을 조사하는 권한)을 분리하고, 검찰이 독점한 일반적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의 지원과 검찰의 권한 남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등에 업고, 당초 이 싸움은 경찰에 유리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그런데 최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드루킹 사건)에서, 수사를 맡은 경찰이 권력 눈치를 본 탓인지 부실, 늑장 수사로 한계를 노출하면서 “경찰에 수사권을 줘도 탈이 없겠느냐”는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한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경찰이 수사종결권 등 일부 검찰 권한을 가져가고, 국정원 수사권마저 가져가게 되면 오히려 경찰의 비대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문 대통령 안의 단점을 지적했다.

검찰이 검경 수사권 논의에서 배제된 것을 지적하는 ‘검찰 패싱’ 논란도 여전하다. 한 검찰 고위 간부는 법무부 장관, 행정안전부 장관, 청와대 민정수석이 수사권 조정 문제를 주도하는 것에 대해 “검찰총장조차 내용을 모른다는 것은 큰 문제”라며 “민주적 절차를 거쳐 결론에 이르러야 부작용이 적게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는 국가경찰(중앙정부)이 맡고 민생치안을 지방경찰(지방자치단체)이 주도하는 자치경찰제 역시 이견이 팽팽하다. 문 총장은 최근 “실효적 자치경찰제 시행에 따라 검찰 조직과 기능을 변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자치경찰제가 수사권 조정의 전제조건일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마련 중인 대통령 직속 지치분권위원회는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와 상관 없이 2020년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하겠다는 안을 굽히지 않고 있다.

검경 과거사 정리는 가시적 성과

수사기관 권력구조 개편이 지지부진한 반면, 검찰과 경찰의 과거사 정리 문제는 지난 1년간 상당한 가시적 성과를 거뒀다. 법무부 소속 검찰 과거사위원회는 ▦장자연 리스트 ▦김학의 전 차관 성접대 의혹 ▦유우성씨 간첩조작 사건 ▦용산 참사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사건 등 보수정권 동안 발생한 각종 검찰권 남용 의혹을 재조사하기로 했다. 법무부 주요 국ㆍ과장 보직에서 현직 검사를 제외하는 등 법무부에서 ‘검찰 물’을 빼기 위한 작업에도 속도가 붙었다.

경찰 역시 최근 이명박 정부 시절 댓글공작에 경찰이 조직적으로 동원됐다는 의혹과 관련 경찰청을 압수수색하는 등, 이명박ㆍ박근혜 정권에서 일어난 실책을 바로잡는 일에 열심이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정반석 기자 banse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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