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률 ‘3%대 가시권’ 양호하지만
최저임금 인상ㆍ근로 단축에 고용 한파
J노믹스 ‘소득주도 성장’ 빛바래
혁신성장 등 올해부터 성과 나와야
노동시장 구조개혁도 골든타임
경제성장률 3.0%,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
제이(J)노믹스를 표방하며 출범한 문재인정부가 오는 10일로 집권 2년 차를 맞는다. 겉으로 보이는 문재인정부의 올해 경제 성적표는 그리 나쁘지 않다. ‘괜찮은 경제’의 기준선처럼 여겨지는 3%대 성장이 2년 연속 가시권에 있고, 12년째 기다리던 국민소득 3만달러 진입도 올해는 유력한 상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집권 2년 차를 맞는 문재인정부의 순항 여부는 여전히 경제에 달려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민생의 기본인 경제가 안정되지 않고서는, 유권자가 믿고 표를 던졌던 경제개혁의 성과가 가시화하지 않고서는 외교, 정치 분야의 화려한 성과도, 여타 분야 개혁의 추진동력도 언제든 힘을 잃게 된다.
7일 정부와 경제계에 따르면, J노믹스가 내세운 투 톱은 ‘일자리 우선’과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었다. 하지만 화려한 구호와 달리, 성과가 변변치 않다는 평가가 많다. 올해 들어 취업자수 증가폭(전년동기 대비)은 지난 2월(10만4,000명)과 3월(11만2,000명) 두 달 연속 10만명대 초반에 그쳤다. 3월 실업률(4.5%)은 17년 만에, 청년실업률(11.6%)은 2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취임 직후 집무실에 일자리상황판을 설치하고, 인천공항공사를 찾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선언하고 작년과 올해 연달아 대규모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추진하는 대통령의 행보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과다.
문재인정부는 대선 공약이었던 최저임금 1만원 달성을 위해 올해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다. 오는 7월부터는 대기업부터 주 52시간 근무제가 적용된다. 하지만 일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사이에선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이 오히려 고용 여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의도와 달리 경제여건과 안 맞는 정책이 고용시장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성장 정책이 실종됐다는 비판이 일자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9월 “혁신성장도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혁신성장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하지만 혁신성장을 이끌 기업과 창업 전선엔 여전히 냉기가 강하다. 기업들은 ‘공정’ ‘상생’ 등 도덕적 가치를 앞세운 정부의 각종 규제와 제재에 몸을 잔뜩 움츠리고 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제정책엔 실리와 명분 사이에 갈등이 있기 마련인데, 정부가 경제민주화 등의 명분을 더 강조하는 과정에서 유무형의 비용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효율성과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평온해 보이는 경제여건도 뜯어 보면 불안 조짐이 적지 않다. 상장사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편중 현상, 미국의 금리 인상과 미ㆍ중 무역전쟁 와중에 날아오는 관세 폭탄 등 높아지는 무역장벽, 남북 화해 분위기 속 ‘나 홀로’ 원화절상은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작년부터 본격화한 생산가능인구 감소는 향후 일자리 증가를 구조적으로 짓누를 요인이다. 이를 반영하듯 지난주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우리 경제가 2.8% 성장에 머물고, 취업자 수도 20만명 증가에 그칠 거로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5년 단임제 정치구조에서 2년 차의 경제 성과는 정권의 성공과 직결되는 요소라고 지적한다.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박근혜정부의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초이노믹스 등이 모두 2년 차에 본격화한 건 우연이 아니다. 유권자의 체감도가 높은 경제 분야에서 일정한 성과가 나오지 않고서는, 국정의 근본 추진동력인 민심을 붙들 수 없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작년 말 “(경기가 괜찮을 향후 2, 3년이) 노동개혁 등 구조개혁을 위한 골든타임”이라고 권고한 것도 올해가 중요한 시기임을 뒷받침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일자리 추경 같은 일시적 경기부양 대책이 성공하려면 노동시장, 기업생태계 개혁 등의 장기적인 대책이 반드시 받쳐줘야 한다”며 “집권 2년 차는 정권의 동력이 건재하고 1년간의 적응기간을 거치며 청사진도 갖출 시점인 만큼 반드시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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