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푸틴 시위대 강경 진압 악명
남부 로스토프온돈에 배치할 듯
시위대에 대한 강경 진압으로 악명 높은 코사크 민병대가 다음달 개막하는 러시아 월드컵 치안 유지에 투입될 것으로 보여 논란이 일고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코사크 민병대 300여명은 월드컵 기간 중 개최 도시 중 하나인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온돈시의 치안 유지에 투입된다. 친 러시아ㆍ친 블라디미르 푸틴 성향의 코사크 민병대는 여러 차례 반 푸틴 시위 진압에 동원됐다. 푸틴 대통령 취임식을 앞두고 지난 주말 러시아 전역에서 열린 반 푸틴 시위에서도 이들은 진압에 참여했다. 차양없는 전통 털모자인 ‘쿠반카’를 쓴 코사크 민병대들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가죽 채찍을 휘두르면서 시위대와 격렬하게 충돌했다. 특히 모스크바 푸쉬킨 광장에서는 시위대에게 각목을 휘둘렀다고 현지 언론은 보도했다. 인권기구인 국제앰네스티는 ‘코사크 유니폼을 입은 진압대’가 시위대를 때리는 것을 통제하지 못했다며 러시아 경찰을 고발하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코사크 민병대는 러시아 남부를 방어하고 시베리아를 개척한 뛰어난 기병대로 이름을 날렸으나, 제정 러시아 시대 때 차르 근위대로 활동하면서 사회주의ㆍ노동자ㆍ반봉건 시위대를 잔혹하게 진압하며 원성을 들었다. 이들은 푸틴 대통령 등장 이후 러시아 정부의 비호 아래 철저히 푸틴 편에 섰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반 푸틴 성향 여성인디밴드인 ‘퍼시 라이엇’ 을 공격하기도 했고, 2016년 러시아 남부 안파시에서는 푸틴의 최대 정적인 알렉세이 나발니와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인권 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이들에게 예산을 투입하며 준 치안 조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게 가디언의 분석이다. 코사크 민병대는 중앙코사크군(CCT)이라는 조직에 속해 있는데 러시아 정보기관과 CCT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CCT를 이끄는 이반 미로노프는 러시아 보안기관 출신이고, 러시아 정부는 CCT 훈련예산으로 19만파운드(약 2억8,000만원)를 투입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반 푸틴 시위대 강경진입에 이어 월드컵 치안 유지를 위한 코사크 민병대 투입은 또다른 논란의 불씨를 낳고 있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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