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능 절대평가 전환 없던 일로
수백가지 조합 선택지 던져주고
공론화위가 여론조사로 확정
다단계 하청 개편안도 도마에
#2
보육시스템 초등 전학년 확대
유치원ㆍ어린이집 통합은 제지리
“방향성, 추진력, 성과 모든 면에서 바닥 수준에 가깝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인수위원회 격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A교수는 7일 현 정부 교육정책 1년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정부가 당초 내걸었던 개혁의 원칙은 고사하고 내놓는 정책마다 이해관계에 휘둘려 뒤집고 미루기를 반복하다보니 수험생과 학부모들에게 혼선만 불러왔다는 혹평이었다. 여론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갤럽이 2, 3일 실시한 문 대통령 취임 1년 여론조사에서 교육분야에 대한 긍정평가는 30%에 그쳐 주요 정책 가운데 가장 낮았다.
문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부터 줄곧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한층 심화된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복원하려면 특권교육을 없애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보고 정책 틀의 일대 전환을 공언했다. 개혁 작업을 진두지휘할 적임자로는 ‘혁신학교’ 등을 통해 교육철학을 공유하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낙점됐다.
그러나 ‘김상곤호’의 1년 성적표는 낙제점을 면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시작부터 꼬였다. 지난해 8월 김 부총리의 첫 시험대였던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절대평가 전환’ 계획은 불과 3주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일부 과목 절대평가냐, 전 과목 절대평가냐’ 양자택일안을 던졌지만 격론만 거세지자 결정을 1년 유예한 채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다시 진행되고 있는 대입제도 개편은 모든 교육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다. 우여곡절 끝에 마련된 개편안 결정 구조는 다단계 하청(교육부→국가교육회의→대입제도개편 특별위원회→공론화위원회). 교육부는 수백 가지 조합이 가능한 선택지만 던져주고 사실상 공론화위가 여론 조사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하는 방식이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 수시ㆍ정시모집 통합, 학종-수능 간 황금비율 조정 등 이제 고차방정식을 넘어 아예 난수표로 인식되는 대입 개편의 최적 조합을 공론화위가 8월까지 과연 3개월 남짓한 시간 안에 찾을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많다.
교육정책 뒤집기는 현 정부에서 하나의 공식이 돼버렸다. 올 1월엔 ‘유치원ㆍ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육 금지’ 방침 역시 발표 일주일 만에 원점 재검토를 선언했다. 이런 행보는 어느 쪽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한다. 진보 교육계는 “개혁 후퇴”를, 보수 진영은 “전면 철회”를 각각 주장하며 정부를 향해 비난의 화살을 겨눴다.
전략 부재 속에 정책 추진의 주체가 되어야 할 교육부의 존재감은 사라진 지 오래다. 교육부는 지난달 대입개편 시안을 교육회의에 넘기면서 ‘이송안’이란 명칭을 붙였다. 대입정책 주무부처가 대통령 직속 기구인 교육회의나 여론 뒤에 숨어 책임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출범 당시부터 ‘옥상옥’ 우려를 낳았던 교육회의도 대입 외에 유초등ㆍ고등ㆍ미래교육 등 다른 분야는 아직 변변한 의제조차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육정책은 그나마 사정이 낫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직접 초등 저학년에 치우친 보육시스템을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며 ‘온종일 돌봄체계’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일부 성과도 있었다. 학부모들에게 인기가 높은 국ㆍ공립어린이집은 증가폭이 연평균 150여개였던 지난 정부와 비교해 두 배 넘는 341곳이 늘었다. 72개월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아동수당도 근거 법이 3월 국회를 통과해 238만명 가량이 혜택을 볼 전망이다.
역대 정부에서도 난제였던 ‘유보(유치원ㆍ어린이집)통합’ 논의 역시 부처 이기주의에 밀려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올 초 제기된 초등학교 유휴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자는 주장은 교육당국이 안전사고 및 수업권 침해를 내세워 강하게 반대해 보건복지부 소관인 어린이집보다 교육부 관할인 병설유치원으로 먼저 활용하는, 어정쩡한 봉합으로 마무리됐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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