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임 신유 누리봄어린이합창단 등 다채로운 무대
어르신 1,500여명 국밥 짜장면 삼계탕으로 무료 점심도
대구한국일보 효콘서트가 8년째 최고의 효도선물 기록을 잇고 있다. 6일 오후 2, 6시 2차례 대구엑스코에서 5,400석 전석 매진을 기록한 효콘서트가 다양한 래퍼토리와 출연진으로 대구경북 지역에서 어버이날 최고의 효도선물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이번 공연에는 김용임과 신유, 어린이 합창단, 지역 최고의 연극인, 국악인 등이 출연해 합창과 악극, 국악 잔치를 펼쳤다.
공연은 영상편지로 시작됐다. 특별한 사연을 가진 이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부모님께 감사인사를 전했다. 짧은 인사 후 어린이 합창단의 맑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리봄어린이합창단과 성인 남녀로 구성된 힐스콰이어 합창단이 ‘빨간 구두 아가씨’와 ‘어버이 은혜’, ‘아리랑’을 이어 불렀다. 합창과 함께 타악 연주자 박희재와 주니어무용단 ‘주신’의 북연주와 부채춤 곁들여졌다. 대구 북구에서 온 손연희(40ᆞ여)씨는 “어린이들이 ‘어버이 은혜’를 부를 때 어머니가 내 손을 꼭 잡으면서 ‘고맙다’고 하시더라”면서 “몇 해 전 생떼 같은 아들이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로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 하셨는데, 오늘 많이 위로가 되신 것 같다”고 말했다.
효의 의미를 되새기는 합창 공연이 뒤로 신나는 트로트 무대가 이어졌다. 트로트 황태자 신유가 등장해 ‘꽃물’을 시작으로 ‘나쁜 남자’, ‘잠자는 공주’ 등을 부르며 흥을 돋우었다. 그의 최고 히트곡인 ‘시계바늘’을 부를 때는 스크린에 가사 자막이 떴고 객석에서도 우렁찬 목소리로 화답했다. 충남 공주에서 온 이정순(69ᆞ여)씨는 “10년째 신유 팬이어서 웬만한 공연은 다 관람하는데, 대구한국일보 효콘서트는 아기자기한 재미가 있다”면서 “아무쪼록 제가 마음의 아들로 생각하고 있는 신유가 콘서트를 더 자주했으면 좋겠다. 너무 좋았다”는 소감을 밝혔다.
전통 가요 무대에 이어 신나는 댄스무대가 이어졌다. 세계 최고의 비보이팀으로 명성을 얻은 진조크루가 10분에 걸쳐 현란한 댄스 향연을 펼쳤다. 대구 남구 대명동에서 온 최순희(63ᆞ여)씨는 “젊은이들의 춤이 이렇게 신나고 재밌을 줄 몰랐다. 사물놀이만큼 흥이 난다”면서 “어버이날 이런 좋은 공연을 보여준 딸이 너무 기특하다”고 말했다.
진조크루가 퇴장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무대 앞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불이 꺼지고 탤런트 김덕현의 목소리가 흘러나온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김덕현은 “아내가 너무 바쁘다”는 핑계를 대면서 “어머니 생일날 찾아뵙지 못하겠다”고 전화하는 아들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갑자기 객석에 앉았던 할머니 한 분이 “저기 지금 뭐라카노!” 하면서 무대 위에 뛰어올랐다. 깜짝 놀란 사회자가 무대로 뛰어나왔다. 방송인 한기웅이었다.
“할매요, 와이카능교. 여서 이라마 안 됩니더!” 사회자의 만류에도 할머니는 분이 덜 풀렸는지 계속 목소리를 높여 아들을 타박했다. “이거 놔라. 내 할 말은 해야 되겠다. 부모가 지를 우예 키았는데, 나이 들고 힘없다고 괄시하마 그기 인간이가!”
사회자는 “맞심더, 맞심더!” 할머니의 말에 수긍하면서 차근차근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두 사람은 관객들과 함께 불효자의 모습과 효자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보기도 하면서 세태를 꾸짖고 효자 영상을 본 뒤에는 맞장구를 치면서 칭찬했다. 한바탕 소동은 사실 사회자 한기웅과 연극배우 최병남이 펼친 깜짝 연극이었다. 대구시 수성구 만촌동에서 온 권오숙(51ᆞ여)씨는 “처음엔 별난 할머니가 사고를 친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연극이더라”면서 “할매 육두문자를 들으면서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다”면서 시원한 웃음을 터뜨렸다.
욕쟁이 할머니가 불효자들을 시원하게 꾸짖은 후 국악 한마당이 펼쳐졌다. 경기민요 이수자 강세정과 민요가수 이말택이 각각 춘향과 이도령 역할을 맡아 ‘청도춘향이’를 불렀고, 영동난계국악단에서 피리부문 부수석을 맡았던 강유정이 피리 연주로 관객을 홀렸다. 이어 김진희 대구전통예술원 대표가 동료들과 함께 진도북춤을 선보였다.
다음 순서는 ‘트로트계의 이효리’ 김용임의 무대였다. 첫 곡은 신유와 함께 부른 새타령이었다. 박수와 떼창으로 무대가 들썩거렸다. 김용임은 첫 곡을 부른 뒤 “여러 공연을 하지만 효콘서트만큼 기분 좋은 공연이 없다”면서 “이렇게 좋은 무대에 초청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무대 의상을 바꿔입어가면서 ‘부초 같은 인생’, ‘사랑님’, ‘빙빙빙’ 등을 열창했고, 그의 이름을 알린 ‘사랑의 밧줄’을 부를 때는 흥 많은 관객들이 무대 앞으로 몰려나와 춤판을 벌이기도 했다. 김용임은 무대 앞에서 손을 내미는 팬들과 일일이 악수하면서 앵콜곡을 열창했다. 대구 수성구에서 온 정순금(52ᆞ여)씨는 “작년에 동생이 갑자기 세상을 등지는 바람에 어머니가 많이 힘들어하셨는데, 오늘 노래를 따라 부르시면서 환하게 웃으시더라”면서 “딸로서 너무 행복했다. 하늘에 있는 동생도 기뻐했을 것 같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날 공연은 오후 2시에 막이 올랐지만 행사장인 엑스코 주변은 오전 11시30분부터 북적댔다. 어르신들을 위해 달려온 무료 배식 봉사팀 때문이었다. ‘사랑해 밥차’와 ‘아름다운 사랑나눔 밥차’, ‘중동 감나무집식당’팀이 국밥과 짜장면, 삼계탕을 배식해 어르신 1,500여명이 점심 식사를 했다. ‘아름다운 사랑나눔 밥차’팀을 이끌고 온 신경용 금화늘푸른복지재단 이사장은 “한끼 식사에 불과하지만 이런 행사가 효 정신을 되살리고 서로의 온기를 나누는 계기라고 생각한다”이라면서 “대구경북 최고의 효잔치에 동참하게 돼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여기다 대구 개인택시조합새마을봉사회 회원들이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공연장까지 모시고 왔다가 공연이 끝난 후 다시 댁까지 태워드리는 봉사활동을 펼쳐 주위를 흐뭇하게 했다.
김광원기자 jang750107@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