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5개월만에… 국내외 경제 부담 가중 우려
미국이 이란과의 핵합의를 파기할 거란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7일 3년 5개월 만에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 예상을 넘어선 유가 급등세가 국내외 경제에 혼란을 가중시킬 거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WTI는 전거래일(4일 69.72달러)보다 1.1% 오른 70.47달러를 기록,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약 3년 5개월 만에 처음 70달러 선을 넘어섰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7월물 브렌트유도 0.4%(26센트) 오른 75.13달러를 기록했다.
국제유가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 파기 위협을 계속하면서 상승세를 보여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2일까지 미국이 요구하는 핵심사항들이 반영된 재협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란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대(對) 이란 제재를 부활시키겠다고 경고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원유 매장국인 베네수엘라의 경제 위기에다 이란 핵합의 파기 우려가 더해지면서 국제유가가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의 국제유가 상승세는 국내외 경제분석기관들의 당초 예상을 넘어선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29일 보고서에서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에도 불구하고 중동 지역 지정학적 불안 등으로 유가의 상방 위험이 확대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애초 한은은 이른바 ‘셰일오일 밴드 효과’를 들어 올해 유가 등락 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셰일오일 밴드효과는 국제유가가 셰일오일의 손익분기점을 기준으로 일정 구간(배럴당 45~60달러)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통상 유가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달러화 가치가 최근 오르는 와중에도 국제유가가 상승하는 것 역시 지정학적 불안 요인이 예상 밖으로 심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나친 유가 상승은 국내외 경제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소비자의 에너지 외 소비를 줄이고, 전반적인 물가를 높여 금리인상과 경제활동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감세정책 효과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상승할 경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0.96%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김용식 기자 jawoh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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