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장기 호황을 맞고 있는 일본 경제의 최대 위협은 ‘아베그지트(Abe+Exit)’라는 분석이 나왔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성(姓)과 퇴진(Exit)을 합쳐 ‘아베 퇴진’이란 뜻을 담은 신조어로, 일본 경제 성장전략인 ‘아베노믹스’가 그 장본인인 아베 총리의 정치적 위기로 동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7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경제는 전후 최장의 경기 회복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기존 경기 회복기 중 가장 길었던 때는 73개월 동안 경기 확장세가 이어진 ‘이자나미 경기’(2002년 1월~2008년 2월)인데, 아베 내각이 집권한 2012년 12월부터 시작된 현행 회복기가 내년 1월까지 이어질 경우 최장 호황 기록을 새로 쓰게 된다. 보고서는 지난 2월 반등한 경기선행지수, 올해 1분기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한 기업심리지수(단칸지수) 등을 근거로 최장 회복기 경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보고서는 그러나 아베노믹스 효과가 그 이후에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실업률 개선에도 근로자 소득 증가세가 여전히 미약한 점이 비관론 근거의 하나다. 일본 근로자의 현금급여총액 증가율은 일본 정부의 목표치(3%)에 크게 못 미치는 1%대에 그치고 있고,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근로자 보수 비중을 뜻하는 노동분배율 역시 아베 내각 출범 첫해인 2012년 51.2%에서 2016년 50%로 낮아졌다. 2013년부터 연 1%대 수준으로 개선되던 취업자 1인당 노동생산성 규모 또한 2016년 들어 0.1% 상승에 그치고 있다.
보고서는 아베 내각의 지지율 급락으로 정책 추동력이 약화된 점도 일본 경제에 악재로 꼽았다. 특히 가케학원(加計學園)이 국가전략특구에 수의대를 신설하는 과정에서 아베 총리가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등 각종 ‘사학(私學)스캔들’이 잇따르면서 일본 안팎에서 ‘아베그지트’라 일컫는 아베 총리 퇴진 운동이 벌어지는 상황이다. 여기에 최근 북핵 관련 대화 국면에서 일본이 배제되는 이른바 ‘재팬 패싱’ 논란 등 외교적 난관까지 겹치면서 아베 내각 지지율은 지난달 38%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동북아연구실 이사는 “아베 내각이 5년 넘게 장기집권할 수 있었던 것은 아베노믹스가 그나마 기능했기 때문”이라며 “아베 내각의 지속가능성이 불투명해진 과정을 잘 살펴 반면교사로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내각에 결정적 위기를 안겨주고 있는 각종 비리는 불투명한 정책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했다”며 “투명한 정책 결정, 공정한 실행을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