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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판문점 선호, 참모는 싱가포르 밀어… 막판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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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판문점 선호, 참모는 싱가포르 밀어… 막판 저울질

입력
2018.05.06 20:2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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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모들 “판문점 北 승리 이미지”

트럼프 최종 선택 불확실성 여전

발표효과 극대화 시점 노림 수도

北과 비핵화 로드맵 기싸움 진통

5월 조기개최도 물건너가는 양상

내달 8일 G7 이후로 미뤄질 수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장소와 일정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정상회담 장소와 일정을 두고 여러 관측이 나오고 있다. AP 연합뉴스

북미 정상회담 장소를 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은 싱가포르를 밀고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가 불분명해 시기와 장소가 여전히 유동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의 일정과 장소가 확정됐다”고 말했지만, 백악관이 발표를 지연하고 있는 것도 이런 사정 때문이란 관측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속내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조금씩 정보만 흘리는 것을 두고 측근들 사이에서도 ‘리얼리티쇼 전략’이란 이야기가 나온다. 조기 개최 가능성이 거론되던 북미 정상회담이 사실상 6월로 넘어가는 등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벌어지는 북미간 기 싸움도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린 감세 홍보 행사에서 “(북미정상회담) 시간과 장소 결정을 모두 마쳤다. 우리는 날짜를 갖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백악관은 이날 오전 풀 기자단에 “오늘 회담 일정에 대한 발표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에도 기자들과 만나 “날짜와 장소를 정했다. 곧 발표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상회담 장소를 묻는 한 기자에겐 “당신한테만 가르쳐줄지도 모른다”며 농담을 던지며 즐기는 모습도 보였다. 백악관이 당일 오후에 한미 정상회담이 5월 22일 워싱턴에서 개최된다고 밝혀 북미 정상회담은 그 이후로 미뤄진 것만 확실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대로 정상회담 일정이 확정됐는데도 발표를 하지 않는다면 실무적 차원에서 북한과 조율하는 과정을 거쳐 발표 효과를 극대화하는 시점을 기다리기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개최지를 두고 막판까지 저울질하고 있어 발표가 지연되고 있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4ㆍ27 남북정상회담 이후 판문점에 대한 선호를 밝혔지만 참모들은 한국에는 너무 큰 중재역할을, 북한에는 정치적 승리를 안길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반대해왔다. 워싱턴 소식통은 “참모들의 반대로 그간 거론됐던 싱가포르로 다시 정리되는 기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막판에 어떤 결단을 할지 현재로선 불확실하다”며 “발표 일정을 연기하는 이유도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여권 핵심 관계자도 “싱가포르 가능성이 좀 더 높아졌다”면서도 “판문점 가능성이 그리 높지는 않지만 아예 탈락한 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미정상회담이나 러시아 스캔들 수사 대응 등 중요 현안에 대해 백악관 참모들이 아니라 외부 측근들의 조언에 점점 더 의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눈 한 조언자는 WSJ에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이 다가오면서 정신적으로 감정적으로 매우 고양돼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합의하는 길을 찾는다면, 다른 것들은 중요치 않다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게 그의 리얼리티 쇼 전략”이라며 “세부 사항에 대한 걱정 대신에 여론 지지를 얻으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비핵화 이행의 세부 사항을 두고 북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참모들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임팩트를 중시하고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요구 수위를 높이면서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도 여전히 유동성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5월 중순 또는 하순으로 거론되던 북미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 가능성이 물 건너 간 것은 북미간 실무 협의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 2일 국무장관 취임식에서 “북한 대량살상무기의 영구적이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해체를 지체 없이 수행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기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보다 더욱 강화된 목표를 설정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압박과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을 자제시키기 위한 측면도 없지 않아 보인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은 가능한 한 빨리 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참모들)은 여전히 정확한 변수를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3, 4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언급하며 조기 개최 의지를 보였던 것을 참모들이 제동을 건 셈이다.

북미 정상회담 시기는 내달 8~9일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 일정이 변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 결과에 지지의 뜻을 모아준다면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북미간 기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백악관 참모들의 선호와 트럼프 대통령의 일정 등으로 G7 정상회담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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