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22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끌어낸 문재인 대통령이 9일 한ㆍ중ㆍ일 정상회담에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직접 만나 판문점 선언의 의미와 배경을 설명하고 이를 토대로 북미가 정상회담을 갖는 '포스트 남북' 로드맵이 마련된 것이다. 북미 회담의 길목에서 한미 회담이 결정된 만큼 문 대통령의 전략적 중재 역할과 책임이 더욱 커졌다.
한미 정상회담 일정은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최근 비공개로 방미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직후 나왔다. 청와대는 이에 대해 "두 정상은 남북 정상회담 성과를 바탕으로 한반도 정세의 진전을 이뤄나가기 위한 긴밀한 공조를 계속할 것"이라며 "북미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방안을 중점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백악관은 "한미 동맹의 항구적 힘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뉘앙스가 다른 논평를 내놨다. '완전한 비핵화를 통한 핵없는 한반도 실현을 확인'한 판문점 선언의 구체적 실천 방안에 대한 남ㆍ북ㆍ미 간 조율이 매듭지어지지 않았음을 엿보게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말 북미 회담의 시간과 장소가 확정돼 발표만 남았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북한과 실질적인 대화를 해왔으며 이제 좋은 일만 보게 될 것" 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그러나 회담 결과에 대해선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자"고 여전히 여운을 남겼다. 얼마 전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취임하며 북한 비핵화에 대해 미국의 종전입장인 'C(완전한)VID'를 'P(영구적인)VID'로 비튼 것도 유의할 대목이다. 한미 외교가는 북미 양국의 정치적 일정과 부담 등을 고려해 북미 회담이 싱가포르에서 6월 초 열릴 것으로 보고 있으나 예측불허가 전략이자 장기인 양 정상이 어떤 결정을 할지는 마지막까지 미지수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북한 사이에서 문 대통령의 길잡이 혹은 디딤돌 역할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주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전화통화를 갖고 양 정상이 남북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전환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이로써 판문점 선언에 대한 미ㆍ일ㆍ러ㆍ중 등 주변 4강의 지지와 공감대를 모두 이끌어냈다고 말한다. 그러나 북한 비핵화 혹은 한반도 비핵화의 개념 정의에서부터 이행 수준과 방법 등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역할엔 적잖은 틈이 보인다. 한미 조야에 퍼져있는 북한 불신도 유의해야 할 걸림돌이다. 10일 취임 1주년을 맞는 문 대통령이 말 그대로 역사적 시간과 장소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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