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20ㆍ헬라스 베로나)가 ‘부폰 후계자’ 잔루이지 돈나룸마(19ㆍ이탈리아)를 뚫고 데뷔골을 터뜨렸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 헬라스 베로나에서 뛰고 있는 이승우는 6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산시로 스타디움에서 열린 AC밀란과 정규리그 36라운드 경기에서 팀이 0-3으로 뒤지던 후반 40분 1-3으로 따라가는 추격골을 터뜨렸다. 후반 막판 추가 실점한 베로나는 1-4로 패해 다음 시즌 2부 리그 강등이 확정됐다.
이날 벤치멤버로 출발한 이승우는 팀이 0-3으로 패색이 짙어가던 후반 12분 교체 투입됐다. 강등을 막을 마지막 기회를 놓쳐버린 터라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지만 이승우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고군분투했다. 상대방의 파울을 유도하며 공격 활로를 모색하기도 했다.
기회는 경기 막판 찾아왔다. 이승우는 후반 40분 오른쪽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가 걷어낸 볼을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논스톱 오른발 슈팅으로 연결했다. 빨랫줄 같은 탄도를 그린 공은 밀란 골문 왼쪽 구석에 그대로 박혔다. ‘살아있는 전설’ 잔루이지 부폰(40ㆍ이탈리아)의 후계자라 평가 받는 골키퍼 돈나룸마가 몸을 날려 두 팔을 쭉 뻗었지만 공은 이미 그의 손을 지나 그물망을 흔들고 있었다.
이탈리아 세리에A 무대에서 한국인이 득점한 건 2002년 1월 28일 안정환 이후 16년 3개월여만이다. 공교롭게도 안정환이 당시 골을 터뜨려 소속팀을 승리로 이끌었을 때 상대가 베로나다. 스페인 FC바르셀로나 B를 떠나 지난해 9월 베로나로 이적한 이승우는 선발 출전 기회를 한 번도 잡지 못하다가 리그 막바지에 드디어 골 갈증을 해소했다.
이승우의 환상적인 득점은 현지 언론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새겨 넣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후스코어드닷컴은 이승우에 팀 내 최고인 평점 6.9를 부여했다. 후반 교체투입 돼 짧은 시간을 소화한 선수가 최고 평점을 받는 건 이례적이다. 이탈리아 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그를 “FC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이라고 소개하며 “한국의 재능있는 이승우가 강팀을 상대로 환상적인 발리 슈팅으로 데뷔골을 넣었다”고 극찬했다. 베로나 지역지 헬라스1903은 “그림 같은 슈팅으로 돈나룸마를 무너뜨렸다”고 전했다.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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