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건설 도중에 폐기된 함경남도 신포시 금호지구 경수로에 대한 점검을 지시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6일 보도했다. 지난달 발표한 경제건설 집중노선 이행에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보는 한편, 국제적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호소하고 미국에 비핵화 의지를 보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아사히는 이날 북한 소식통을 인용, 관련 부처가 경수로 점검했을 뿐 아니라 건설 재개 가능성과 필요한 물자에 대한 상세한 보고하도록 요구 받았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또 핵 개발의 중심지역인 평안북도 영변에 자체적으로 건설한 실험용 경수로 관련 기술을 신포로 이전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포 지역의 경수로는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 의거해 북한의 핵 개발 동결의 대가로 중유 연간 50만톤과 함께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북한은 모든 핵 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허용과 핵 활동의 전면 동결, 관련 시설의 해체를 약속했다. 그러나 건설 도중 미국은 9ㆍ11 테러를 계기로 북한을 3대 테러국가로 지정했고, 북한의 새로운 핵 의혹이 제기되면서 건설이 중단됐고 2006년 사업 폐지가 결정됐다.
6월초까지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으로부터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협상카드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을 것이라는 게 아사히 신문은 분석했다. 북한이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강조하고 비핵화 의지를 보이면서 경수로 재건설을 핵 포기에 따른 단계적 보상조치 중 하나로 제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북미 간에는 정상회담에 앞서 물밑 사전조율이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전면적인 핵 폐기에 응할 태도를 보이고 있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20일 당 중앙위원회 총회에서 “사회주의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이번 경수로 점검도 전력 부족 해소와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구상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경수로는 무기용 핵 물질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대북 경수로 제공에 반대하는 의견도 나온다. 또 북한이 핵 시설에 대한 전면적인 사찰에 응할 생각을 보이고 있지만, 사찰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경수로를 포함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사업 재개까지 적지 않은 과제가 남아 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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