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간의 관계는 ‘평화의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남한에서 평양냉면이 큰 인기를 끌고 있듯, 북한에서는 ‘빨간맛’ 열풍이 한창이라는데요? 북한의 강타한 ‘한류 열풍’을 한국일보가 살펴봤습니다.
제작 :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지난달 1일 평양에서 공연한 남한 예술단들은 북한에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가수들. 그러나 걸그룹 레드벨벳만큼은 데뷔 6년 차임에도 불구, '신인'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북한 사람들에게 생소한 가수였는데요.
공연 이후 레드벨벳의 노래 빨간맛은 북한에서 그야말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가 들려옵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 ‘빨간맛’ 춤이 유행하고 학교에서는 ‘빨간맛’이란 노래 제목을 암호로 사용하기도 해요. 특히 김정은 위원장 옆에서 사진을 찍었던 아이린의 인기는 천정부지랍니다. 그녀의 헤어스타일이 ‘빨간맛 머리’로 불리며 인기를 끌 정도예요." 탈북자 한송이(25)씨
실제로 ‘한류’의 가장 열렬한 팬들이 모인 곳은 어쩌면 북한일지도 모릅니다. 현재 북한 당국은 엄격하게 한국 드라마를 보고 노래를 듣는 것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를 지키는 사람은 거의 없다는 사실~!
오늘도 수백 종류의 남한 드라마와 영화, 노래가 북한으로 퍼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북한의 시장인 장마당에서 무엇이든 사고파는 것이 가능해지면서 당국의 눈을 피하기 더욱 쉬워졌습니다.
“최근 탈북한 친구에게 들어보니까 드라마 ‘도깨비’ 같은 경우 다음날 바로 받아서 봤다고 하던데요?" 몇 년 전만 해도 일주일이던 유통속도는 이제 실시간에 버금갈 정도!
특히 한국 드라마나 영화는 할리우드의 화려한 히어로물과 견주어도 압도적인 인기를 누린다는데요. 외국 콘텐츠는 자막을 입혀야 하는 데다 정서적 차이도 상당해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랍니다. 하지만 이뿐만이 아니라는 거!
심지어는 북한 드라마보다 훨씬 더 인기 있다는 놀라운 사실! 특히 북한 사람들은 '막장 드라마'로 일컬어지는 한국 특유의 과장된 스토리에 열광한다고들 해요. "북한 주민들은 전형적인 권선징악 스토리인 북한 방송 프로그램에 비해 오히려 한국 드라마가 상대적으로 현실감이 높다고 느낍니다."
음악의 경우 발라드가 인기입니다. “북한 음악은 성악적인 특성이 강한 데 비해 남한 노래는 허스키한 목소리가 인상적이에요” 특히 가수 백지영씨는 북한에서도 인기 드라마였던 <아이리스>의 삽입곡 ‘잊지말아요’로 인지도가 높습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이 한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습니다. “내 친구는 영화 ‘올가미’를 본 게 발각돼 교도소 생활을 5년이나 했죠." 하지만 금지할수록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고 더 맹렬해지고 있다는 데요.
"한국 드라마 배우가 입은 것과 비슷한 옷을 중국에서 몰래 들여와 친구들에게 판매하기도 한답니다." 학생들은 은밀히 학교에서 한국 드라마나 영화의 유행을 서로 즐기며 동질감을 확인합니다.
북한 청년들 사이에서 왜 이렇게까지 남한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일까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나 동경 그리고 통제와 단속이 심한 북한 체제의 획일성에 대한 환멸 때문입니다. "한류 콘텐츠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대리만족시켜줄 기회를 보여주고 있는 겁니다." 이혜진 세명대 교양대학 교수
4.27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평화'의 시대를 연 남과 북. 이젠 뜨거운 한류의 열풍을 물꼬 삼아 '문화 통일'부터 이뤄보는 건 어떨까요?
사진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일보 자료사진, SBS/tvN 제공
원문: 박소영 기자 sosyoung@hankookilbo.com
제작: 박지윤 기자 luce_j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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