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외면 소년법] 재판 공개 않고, 전과 남지 않고… 가해자 편에 선 소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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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외면 소년법] 재판 공개 않고, 전과 남지 않고… 가해자 편에 선 소년법

입력
2018.05.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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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 19세 미만 품행 교정에 초점

가해자가 어떤 처벌 받았는지

피해자 가족도 알지 못하게 보호

법원이 한번 소년부로 이송하면

죄질이 아무리 중하다 판단해도

형사재판부로 다시 보낼 수 없어

#2

피해자에 한없이 야박한 조항

판사 허가 받아야 법정 출석 가능

재판 지켜보기 위해 신청해도

“비공개가 원칙” 대부분 불허

반대로 “가해자와 화해” 권고

원치 않는데도 법정 출석시켜

지난해 7월 인천시 남구 인천지검 앞에서 ‘인천 초등생 살해사건’ 피의자인 청소년에 대해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같은 해 9월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올해 1월 인천 여고생 집단 폭행 사건 등 흉포화한 청소년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가해자 연령이 낮더라도 범죄양상에 따라 사건을 소년재판부로 넘기는데 보다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이 높다. 연합뉴스

폭행 사건이 성인 범죄자를 대상으로 한 정식재판부가 아닌 소년재판부로 보내질 경우 가해자는 ‘보호소년’이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이렇게 되면 피해자 가족은 ‘보호소년’의 처벌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사회에 언제 복귀했는지 등 기본적인 정보로부터 격리된다. 채팅앱으로 만난 고등학생에게 주거침입 강간 피해를 입은 지영(15ㆍ가명)이 아버지, 또래들에 집단폭행을 당한 은희(14ㆍ가명) 어머니 등 소년부재판을 마주한 피해자 가족이 소년법은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편에 선 법’이라 부르짖는 첫번째 이유이다. 범죄 피해자가 아닌 가해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불리는 소년법. 올해 1월 인천 여고생 집단 폭행 사건 등 소름 돋게 하는 강력범죄를 저지른 청소년들이 뉴스에 등장할 때마다 “폐지하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 소년법은 어째서 논란의 중심에 있을까. 올해로 제정 60년을 맞은 소년법은 정녕 기울어진 ‘디케의 저울’인가.

‘보호소년’으로 보호받는 가해자

소년법에서 범행을 저지른 만19세 미만인 당사자는 ‘가해자’가 아닌 ‘보호소년’으로 칭한다. 이 가운데 형사미성년자(만14세 미만)는 범죄행위에 대해 책임질 능력(형사상 책임능력)이 없다고 보고, 형법상 형벌 대신 보호처분만 받는다. 만14~19세는 형사처벌을 할 수도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할 수도 있다. 이 판단은 수사기관이 1차로, 법원이 2차로 한다.

현행 소년법상 보호소년에 관한 심리(재판)와 처분(선고)은 비공개로 진행된다(제24조 제2항). 결정문도 비공개다. 보호처분을 받더라도 전과가 남지 않는다. 보호처분이 그 소년의 장래 신상에 어떤 영향도 미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한 이 법 제32조 제6항이 근거다. 살인 등 사형이나 무기형에 해당하는 범죄를 저질러도 소년법으로 가해자를 다룰 경우 피해자가 억울한 눈물을 흘려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소년법에 따르면 판사와 소년부에 사건을 송치한 검사, 보조인도 사건을 다룰 때 주의할 사항이 수두룩하다. 이들 소년보호사건을 다루는 관계인은 조사와 심리 등을 통해 알게 된 보호소년의 출생ㆍ성장과정, 가족관계 등 사생활에 대한 비밀이 알려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비밀유지의무를 부과한 소년심판규칙 제10조 때문이다. 소년부 판사는 심리할 때 “친절하고 온화하게(제24조 제1항)” 해야 한다.

반면 피해자를 위한 조항은 거의 없다. 피해자는 소년재판에서 사건에 대한 ‘진술권’을 가질 뿐 원칙적으로 법정에 나가 보호소년에 대한 심리를 지켜볼 수 없다. 피해자나 그 대리인 등이 법정에 출석하기 위해서는 소년재판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제24조 제2항 단서). 법원에 별도 통계가 따로 없을 만큼 허가 신청이 적고, 출석을 허가해달라고 재판부에 신청해도 대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소년사건 특성상 비공개가 원칙이기 때문에 (피해자나 피해자 측 국선보조인의) 출석허가 신청 건수가 매우 적고, 신청하더라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재판부에서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반해 소년부 판사가 보호소년의 품행을 교정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피해자와 화해를 권고하기 위해 법정에 출석시킬 수 있다(제25조의 3). 가해자를 다시 마주 하고 싶지 않았던 은희가 법정에 출석하게 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형사미성년자가 저지른 범행이라도 모두 소년부로 넘겨지는 것은 아니다. 먼저 사건을 수사한 검사가 가정(지방)법원 소년부에서 교화ㆍ개선할 만한 사안으로 판단해 소년부로 보내는 경우 보호소년은 소년재판을 받게 된다(제49조 제1항).

보호소년들은 심리를 받기에 앞서 심신 상태와 보호자의 양육 및 가정환경이나 교우관계, 비행을 저지르게 된 경위, 다시 비행을 저지를 위험성 등을 조사받는다. 소년사건을 다뤘던 한 전직 판사는 “소년범을 다룰 때는 행위를 보고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행위자의 비행성이 얼마나 진행됐는지에 집중한다”고 전했다. 비행성이 막 발현되는 단계인 때에는 교화를 위해 엄하게 처벌하는 반면, 끝나가는 단계라고 판단되면 다시 탈선하지 않도록 교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사ㆍ심리 결과 죄질이 중해 금고 이상의 형사처분을 할 필요가 있다고 결정하면 “형사재판에 넘기라”는 의미에서 사건을 다시 검찰에 돌려보낸다(동조 제2항). 이 경우 보호소년은 성인과 마찬가지로 형사재판을 받게 된다.

보호소년이 소년부로 넘겨지면 피해자 부모들이 허탈해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되돌릴 수 없는 소년부이송 결정’ 때문이다. 검사가 보호소년의 비행 정도를 심하다고 판단해 형사재판에 넘겼어도 법원이 심리 결과 ‘보호처분 사유가 있다’고 판단하면 소년부로 이송하게 된다(제50조). 이 경우에는 소년부 판사가 “사안이 중해 징역형을 내리는 게 마땅하다”고 판단해도 다시 형사재판부로 돌려보낼 수 없다. 소년부 이송결정은 형사재판부의 판단이기 때문에 이를 존중한다는 차원이다. 다만 보호소년이 19세를 넘겨 더 이상 ‘소년’이 아니게 되는 때에는 예외적으로 소년부 사건을 형사부로 보낼 수 있다(제51조). 이 법은 또 소년보호사건이나 형사사건이 언론에 보도돼 보호소년의 이름ㆍ나이ㆍ직업이나 용모 등이 특정되면 1년 이하 징역형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보도금지 조항’까지 두고 있다(제68조).

소년이라는 이유로 ‘보호’만 강조

보호소년이 소년재판부의 심리를 거쳐 받게 되는 처분은 최대 소년원 2년이다. 이 법 제32조는 10가지 보호처분을 나열하고 있다. ▦부모가 잘 돌보도록 하거나 ▦성교육 등을 수강하고 ▦사회봉사 명령에 따라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 또 ▦보호관찰관이 전화를 걸어 품행 등을 확인하는 보호관찰을 짧게는 6개월~1년, 길게는 2년 간 받기도 하고 ▦법이 정한 시설에 수감돼 외출 통제 상태에서 수업을 받기도 한다. 옷은 사복을 입는다. ▦마약류 등을 가까이한 소년은 병원이나 요양소 등의 시설에 위탁된다. 소년원 송치는 ▦1개월 이내 또는 단기, 최대 2년의 장기 송치가 있다.

인격이 형성되어 가는 청소년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하는 소년법은 일시적으로 탈선한 소년을 교화하고 개선하는 데 무게를 둔다. 처벌이 아닌 품행교정과 건전한 성장을 돕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예를 들어, 중학생끼리 축구를 하다 싸움이 붙어 경미한 상처를 입고 감정악화로 기소까지 된 경우 소년법이 없으면 아이들은 폭행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또 알코올 중독인 부모에게 제대로 양육받지 못한 아이가 배고파 1,000원짜리 빵을 여러 번 훔친 경우 소년법이 없어 형사재판에 넘겨지면 아이는 ‘상습절도’로 징역형을 받게 된다. 미성년자는 민법상 법적인 행위를 홀로 할 수 없는 ‘행위무능력자’인데 형사처벌은 온당히 감당하라고 하는 것이 과하다는 관점이다.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사람이 성인범죄자로 발전하는 비율은 7% 이내라고 한다. 청소년기 일탈은 교화를 통해 상당 부분 바로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게티이미지뱅크

‘7%’만 범죄자로… 93% 구하기 위한 법

이 같은 소년법을 접하면 ‘왜 피해자보다 가해자를 보호하나’ 하는 의문이 든다. 답은 간단하다. 소년법이 보호소년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대해 규정한 법이기 때문이다. 서울가정법원 판사로 근무했던 이현곤 변호사는 “소년 시절 저지른 범죄로 성인이 돼서 영향받지 않게 하자는 게 소년법의 목적”이라며 “보호소년의 가정환경이나 교우관계, 심리상태 등을 조사해서 비행성이 시작되는 단계인지 아니면 끝나는 단계인지 등을 고려해 처분을 내림으로써 청소년기의 일시적인 탈선을 바로잡아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사람이 성인범죄자로 발전하는 비율이 7% 이내”라며 “이를 ‘7%룰’이라고 부른다”고 했다.

가해자가 단지 형사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너무 봐주면서 소년부로 보내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적지 않다. 실제로 절반을 훌쩍 넘는 보호소년들이 성인과 같은 법정이 아닌 소년재판부에서 심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대법원에 따르면 제1심 형사재판에 넘겨진 19세 미만 소년 중 소년재판에 넘겨진 비율은 2013년 63.0%, 2014년 58.3%, 2015년 56.3%, 2016년 53.1%, 지난해 52.6%에 달했다.

박지연 기자 jy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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