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지난 해 11월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 피해 지역 대학생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아직껏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본지 보도(4일자 1면)에 4일 뒤늦게야 “최종 피해자 명단을 토대로 지원 대상자를 파악해 신속히 지원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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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장학금 지원 발표를 한지 5개월 만에 뒤늦게라도 서둘러 지원하겠다고 나선다니 피해 학생을 위해서라도 다행이다. 하지만 발표 후 수개월간 장학금 지원 사업이 잠자고 있었다는 것을 시인한 것이어서 부실 정책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는 없다.
교육부가 지난해 12월 13일 포항 지진 피해 가구 대학생에 1년치 등록금을 국가장학금으로 주겠다 공표한 것은 파격적이었다. 지진 피해로 받은 법적 보상금이 가구 당 200만원 정도인데, 1년치 등록금으로 치면 학과에 따라 1,000만원가량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교육부 발표가 있기 직전 열흘간 포항시에 접수된 지진 피해 신고 건수는 1,200건이었으나 발표 후 열흘간 3배에 가까운 3,200건이 접수됐다.
당시 포항시민의 반응은 달갑지만은 않았다. 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과도한 지원 아니냐’는 세간의 시선이 곱지 않았던 까닭이다. 진보 교육감 출신인 김상곤 교육부 장관의 포퓰리즘에 포항시민이 놀아난다는 비아냥까지 받았다.
교육부는 과잉 지원 논란이 거세지자 12월 2일자로 마감된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상의 피해 가구만 지원하겠다고 밝히는 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교육부는 발표 후 5개월이 지나도록 약속한 등록금을 주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교육부의 해명은 궁색하기 짝이 없다. 당초 지진 피해를 입증하는 피해 사실 확인서를 통해 지진 장학금을 주기로 했으나 포항시의 피해 사실 확인서를 신뢰할 수 없어 행정안전부에 피해가구 명단을 요청했고, 명단이 오지 않아 지급도 미뤄졌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피해 사실 확인서는 정부의 NDMS를 통해 발급되기 때문에 이같은 해명은 정부 부처인 교육부가 정작 정부 시스템을 믿지 못한다는 말이 된다.
행안부에 요청한 명단을 받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서 지급이 미뤄졌다는 변명도 설득력이 약하다. 교육부는 본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행안부 등을 통해 명단을 확보했다고 밝힌 것은 이런 과정에 소홀히 했음을 자인하는 셈이다.
5개월의 긴 시간 동안 답답한 마음으로 기다린 포항 지진피해 대학생을 생각한다면 지연 과정을 둘러싼 변명은 더 이상 필요 없다. 해당 지역 학생들에 대한 발 빠른 사과와 구체적인 지원 절차를 서두르는 게 우선이다.
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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