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경영진 이끌고
비야디, 화웨이, 샤오미, BBK 등
IT기업들 회장, CEO 잇달아 회동
고전 중인 스마트폰 반전 모색보다
장기적인 수익원 발굴 의도인 듯
’중국판 트위터’로 불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지난 4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사진 속 이 부회장은 노타이에 셔츠 차림으로 중국 광둥(廣東)성 선전(深圳)의 한 스마트폰 매장에서 샤오미가 지난달 출시한 ‘미 믹스(MI MIX) 2S’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바로 옆에서 샤오미 제품을 바라보는 김기남 삼성전자 사장과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사장 등의 표정도 진지하다.
이 부회장은 샤오미 같은 현지 업체들의 판매점 이외에 삼성전자 매장 등을 살피고 중국에서 태동한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수장들과 잇달아 회동하는 등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에서 바삐 움직이고 있다.
4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지난 2일 선전에 도착한 이 부회장 일행은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의 왕촨푸(王傳福) 회장을 비롯해 통신장비 세계 1위 화웨이의 런정페이(任正非) 회장, 홍콩 증시 상장을 추진 중인 샤오미의 레이쥔(雷軍) 회장, 중국 3위 스마트폰 비보(VIVO)의 모기업 BBK 션웨이(沈偉) 최고경영자(CEO) 등을 만났다.
화웨이 샤오미 BBK는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강력한 경쟁자들이지만, 부품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을 사 가는 주요 고객들로서 서로 복잡한 관계다.
샤오미는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으로 승부하는 스마트폰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현재는 TV 로봇 드론 등으로 사업 범위를 넓혔다. 구글과 AI 분야에서 협력 중이고 지난해에는 중국판 AI를 탑재한 스피커도 선보였다. BYD는 세계에서 출고 대수가 가장 많은 전기차 업체로, 삼성전자는 2016년 7월 5,100억원을 투자해 BYD 지분 1.92%를 확보한 주주다.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3위에 5세대(G) 이동통신장비 분야에서도 가장 앞서가는 기업으로 꼽힌다. 하나 같이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지만 선전을 방문한 이 부회장을 회장들이 나와 직접 맞았다. 이 부회장은 ‘아시아판 다보스포럼’인 중국의 보아보포럼에 2013년부터 4년 연속 참석하며 현지 글로벌 기업인들과도 탄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중국 기업인들과 두루 만나는 것은 현지 시장에서 고전 중인 삼성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반전을 모색하려는 것이라기보다는 좀 더 장기적 시각에서 미래 수익원을 발굴하는 것이 목적이다. 삼성전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최고 최고경영진들과 동반한 이 부회장은 부품 사업은 물론 인공지능(AI) 같은 신성장 분야에서의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IT기업들도 새로운 사업 진출을 위해서는 세계 최고 반도체 기술력을 보유한 삼성전자와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의 IT기업들도 미래 수익원 확보에 적극적이라, 우리와 다양한 협력방안 및 새로운 성장 분야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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