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결정
오스카상을 시상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ㆍ아카데미)는 3일(현지시간) 지난달 성폭행 혐의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유명 코미디언 빌 코스비(80)와 미성년자를 성폭행한 로만 폴란스키(84) 감독을 제명했다. 아카데미는 두 사람을 제명하는 내용의 성명에서 “인간 존엄성의 존중이라는 아카데미의 정신을 지키는 윤리 기준을 회원들에게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카데미 이사(55명) 3분의 2 찬성으로 회원 제명이 결정됐다.
코스비는 2004년 모교인 템프대 여자농구단 직원인 안드레아 콘스탠드를 성폭행하는 등 술과 약을 먹이는 수법으로 60여명의 여성들을 성폭행한 혐의를 받아왔다. 지난달 펜실베이니아주 몽고메리 카운티 배심원은 코스비의 콘스탠드에 대한 동의없는 성폭행, 의식불명 성폭행, 약물주입 후 성폭행 등 총 3건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아카데미는 또 미국·스위스 등지에서 잇달아 성폭행 혐의를 받은 로만 폴란스키(84) 감독도 영구 제명한다고 밝혔다. 1977년 미국에서 13세 서맨사 가이머를 성폭행한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던 폴란스키 감독은 조건부 감형 협상(plea bargain)이 여의치 않자 해외로 도주했다. 이후 스위스에서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피소됐다가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됐다. 폴란드·프랑스 이중국적자인 폴란스키 감독은 2002년 홀로코스트를 다룬 영화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았다.
아카데미는 지난해 ‘미투 운동(나도 당했다)’을 촉발한 할리우드 거물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을 제명한 바 있다. 와인스틴을 제명한 아카데미는 이후 유사사건 재발을 위해 ‘아카데미는 지위나 권력을 남용하거나 품위를 위반해 영향력을 행사하는 곳이 아니다’라는 행동강령을 채택했으며 코스비와 폴란스키 감독은 이 행동강령 채택 이후 처음으로 회원자격이 박탈된 인물이다. 이로써 아카데미가 회원자격을 박탈한 인물은 4명이 됐다.
이왕구 기자 fab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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