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 코레일이 후임자 추천
수서고속철(SRT) 운영사인 SR의 이승호(60) 사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했다. 코레일과 SR의 통합에 반대하며 정부와 마찰을 빚은 게 사퇴 배경으로 풀이된다.
4일 국토교통부와 SR 등에 따르면 이 사장은 최근 국토부에 사의를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사장이 전 정부 때 임명된 인사여서 새로운 정부의 임명권을 존중하는 차원에서 사표를 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아직 SR 이사회에 사표를 제출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SR 관계자는 “이 사장의 퇴임은 SR 이사회에서 최종 결정된다”며 “아직 이사회 날짜는 잡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 관료 출신으로 교통물류실장까지 지낸 뒤 지난해 3월 취임한 이 사장은 결국 1년 2개월만에 물러나게 됐다. 그는 SR가 지난 1월 공공기관으로 지정된 뒤 사퇴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기획재정부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SR를 기타공공기관으로 신규 지정했다. 그전까지 SR는 코레일 자회사이긴 했지만 철도 민영화와 경쟁 체제 차원에서 사기업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후임 사장은 코레일과 SR의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설 인물이 임명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장 추천권을 코레일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코레일은 SR 지분 41%를 갖고 있는 대주주여서 SR 정관상 사장 추천권을 행사한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지난 2월 취임 직후부터 “SR 분리 운영으로 인해 코레일의 적자가 늘어나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코레일과 SR 통합은 문재인 대통령이 철도 공공성 강화 차원에서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정책 과제이기도 해 국토부는 통합과 관련한 준비 작업을 진행해 왔다. 국토부는 최근 코레일과 SR의 통합 방안을 검토하는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 산업구조 평가’ 연구용역을 발주하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도 “철도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게 국가의 책무”라며 코레일과 SR의 통합을 검토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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