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종목서 긍정적 답변
이기흥 체육회장, OCA의장 만나
아시안게임 남북 단일팀 등 논의
중동 입김 쎈 亞올림픽평의회서
엔트리 확대 반대땐 구성 힘들어
#병역 혜택 문제도 걸림돌
유도 등 대표선수 선발한 종목들
단일팀 구성으로 피해 입을수도
추진 의사 밝힌 카누 드래곤보트
한강ㆍ대동강 공동훈련 계획 구상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탁구선수권에서 남북 여자 단일팀이 깜짝 결성되면서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단일팀 추진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가 각 경기단체의 단일팀 의향을 묻는 예비조사에 나선데 이어, 대한체육회는 조만간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만나 남북 단일팀 의제를 본격 논의할 계획이다.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여부에 가장 눈길을 끄는 종목은 축구다. 최초 남북 단일팀이 출전한 1991년 일본 지바 세계탁구선수권에 이어 축구도 같은 해 포르투갈 세계청소년축구대회에 단일팀이 출전해 8강에 올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좋아하는 농구도 유력한 종목이다. 김 위원장은 스위스 유학 시절 미국프로농구(NBA) 경기를 즐겨 시청했고, 데니스 로드맨의 열혈 팬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밖에 국제대회를 통해 남북 관계가 돈독한 유도, 한국 양학선과 북한 리세광 등 세계 정상급 선수를 보유한 체조 등이 단일팀을 구성할 가능성이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4ㆍ27 판문점 정상회담 전에 경기단체를 대상으로 단일팀 구성 의향 예비조사를 했을 때 탁구와 농구, 유도, 체조, 정구, 카누, 조정 등 7종목이 긍정적인 대답을 내놓았다. 대한체육회는 이 가운데 5∼6개 종목에서 단일팀을 추진하기로 하고 정확한 의사를 타진 중이다. 이기흥 체육회장은 13일 스위스 로잔에서 셰이크 아흐마드 알사바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의장을 만나 아시안게임 개회식 남북 공동입장, 남북 단일팀, 종목별 엔트리 확대 등을 상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 회장은 4일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공동입장은 문제가 없지만 단일팀 구성은 사실 만만치 않다”고 밝혔다. 단일팀을 앞장서서 밀어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나 국제탁구연맹(ITTF)과 달리 중동 입김이 강한 OCA는 그리 적극적이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엔트리 확대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선의의 피해를 당하는 한국 선수가 생길 수 있다. 이 회장은 “정구나 유도 등 이미 대표 선수를 다 선발한 종목은 엔트리를 늘려주지 않을 경우 단일팀은 어렵다”고 말했다.
‘병역 혜택’도 걸림돌이다. 올림픽에서 동메달 이상의 성적을 내거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남자 선수들은 4주 기초 군사훈련으로 병역을 대신한다. 특히 인기가 높은 남자 축구의 경우 에이스 손흥민(26ㆍ토트넘)과 황희찬(22ㆍ잘츠부르크) 등 아직 군복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선수들이 금메달에 도전하고 있어 전력에 독이 될 수 있는 단일팀을 무작정 밀어붙이기 쉽지 않다. 이 회장도 “남자 선수들은 병역 혜택 때문에 단일팀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반면 병역이 단일팀 반대의 명분은 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높다. 정희준 동아대 교수는 “아시안게임이 병역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한 대회인가. 병역 특례 자체가 이제는 없어져야 할 구태의 악습이다. 이것이야말로 불공정, 불공평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공개적으로 단일팀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카누의 드래곤보트는 장애물이 없는 편이다. 드래곤보트는 10명의 패들러(노 젓는 선수)와 키잡이, 고수가 한 팀이 돼 수면을 질주하는 수상 종목이다. 한국에는 드래곤보트 전문 선수가 없어 카누 선수 중 희망자를 받아 자비로 국제대회에 출전하는 방식이라 단일팀이 만들어져도 한국 선수들이 불이익 받을 일이 없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타 종목 선수들이 모여 한 달간 훈련한 뒤 출전했는데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따기도 했다. 대한카누연맹은 단일팀이 만들어지면 한강과 대동강에서 남북 공동 전지훈련을 하겠다는 로드 맵도 짜놓고 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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