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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현장] ‘버닝’ 이창동 손잡은 유아인, 생애 첫 ‘칸 수상’ 꿈 이룰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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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현장] ‘버닝’ 이창동 손잡은 유아인, 생애 첫 ‘칸 수상’ 꿈 이룰까 [종합]

입력
2018.05.04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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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버닝'의 스티븐연, 전종서, 유아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왼쪽부터) '버닝'의 스티븐연, 전종서, 유아인. 한국일보 자료사진

베일에 싸여 있던 ‘버닝’이 윤곽을 드러냈다. 완벽하게 영화에 대한 궁금증이 해소되진 않았지만, 특유의 미스터리함은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에 충분했다.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 CGV에서는 영화 ‘버닝’의 칸 영화제 출국 전 공식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창동 감독, 스티븐 연, 유아인, 전종서가 참석했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 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미스터리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내놓는 신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버닝’은 지난 4월 12일(현지시간) 5월 8일부터 19일까지 열리는 ‘제 71회 칸 영화제(Festival de Cannes)’ 경쟁부문에 한국 영화로서는 유일하게 공식 초청됐다. 오는 16일 칸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공식 스크리닝을 통해 공개된다. 국내 개봉은 오는 5월 17일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창동 감독은 “8년이라는 시간이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고, 저에게도 어떤 영화로 관객들을 만나야 하는 지에 대한 생각이 많았다”며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제 나름대로의 고민도 있었다. 특히 젊은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우선 제 자신도 자식이 있고, 학교에 있을 때 제 앞에 있는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요즘 젊은이들에 대해서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서 같이 공유를 했었고 젋은이에 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버닝’이 그 결과물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고 작품 의도를 밝혔다.

‘버닝’은 한국에 국한 되지 않는 세계의 젊은이들의 현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창동 감독은 “젊은이들이 바라보는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일까를 생각했었다. 이건 한국의 현실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문제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어쩌면 자기 부모세대보다 더 못살고 힘들어지는 최초의 세대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게다가 더 이상 좋아질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젊은 세대는 무력감이나 속에 품고 있는 분노 같은 것이 있을 것 같다. 그런 젊은이들이 이 세상을 바라볼 때 수수께끼 같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했다”며 “과거에는 현실이 힘들어지는 원인이 분명했다면 지금은 무엇 때문에 힘든지 찾기 어려운 데서 오는 무력감과 내재된 분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그런 젊은이의 모습을 일상 속에서 미스터리하게 맞이하는 영화”라고 설명했다.

또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에 대해서는 “단순히 보면 유아인 씨가 맡은 종수라는 주인공이 벤이라는 인물을 만나는데, 그 벤은 도대체 어떤 인물일까 하는 데서 미스터리가 시작된다. 크게는 벤이라는 인물이 누구인지를 따라가는 영화”라며 “그 가운데 벤와의 매개체 역할을 하는 해미라는 인물이 있다. 영화를 보고 나면 관객들은 아마 ‘종수는 어떤 인물일까’ 하는 새로운 미스터리 구조를 받아들이게 될 것 같은 구조”라고 설명해 기대감을 높였다.

‘버닝’에서 종수 역을 맡은 유아인은 이번 작품을 통해 생애 첫 칸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다. 유아인은 이날 ‘버닝’의 칸 영화제 수상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부담스럽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사실 몸 둘 바를 모르겠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칸 영화제에 가는 게 제 개인사가 아니지 않나”라며 “저희 영화를 소개하고 알리러 가는 자리니까 그 곳에서 이 알쏭달쏭한 수수께끼 같은 영화를 잘 알릴 수 있게 되길 바라고 많은 분들이 ‘버닝’에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버닝’의 촬영을 위해 4개월 간 한국을 찾았던 스티븐 연은 “여기에서 4개월 동안 살면서 한국말도 많이 늘었고, 아인 씨, 종서 씨, 감독님이 옆에서 아주 많이 도와줬다”는 소감을 전했다. 이어 스티븐 연은 “매일 쉬는 시간동안 감독님이 저를 가르쳐 주시면서 이끌어주셨다. 지금 한국에 있는게 참 좋다. 저도 여기에 오는 것도 요즘엔 아주 편안하고 서로에게 배운 것도 많다. 이런 경험을 하는 것들이 참 재밌고 좋다”며 이창동 감독과 배우들, 영화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버닝’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반딧불이’에 수록된 단편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모티브를 따 왔다. 이에 원작과 ‘버닝’의 차이점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유아인은 “원작을 읽기 전에 시나리오를 봤었다”며 “시나리오 자체가 워낙 이전에 받았던 시나리오와는 다르게도 굉장히 구체적인 묘사와 텍스트가 굉장히 많았다. 소설에 가까울 정도로 이야기가 구체적으로 묘사돼 있고 인물의 감정이나 대사가 표현되어 있었는데, 그 점이 매우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또 “원작과는 어떤 요소나 모티브가 되는 지점들 외에는 완전히 한국적인 정서로 재탄생 된 작품이다.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우리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한국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계 관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메타포가 있는 시나리오였다는 생각이 든다”며 ‘버닝’의 차별점을 덧붙였다.

스티븐 연은 “단편을 읽고 나서 각본을 받아보았는데 원작의 강렬한 느낌이 남아 있었다”며 “그 느낌이 굉장히 강렬하다고 생각했고 각본을 받아본 다음에는 각본 역시 그 나름대로의 세계를 펼쳐나간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이어 “(이창동)감독님에게 정말 대단하다 존경스럽다고 느낀 것은 그 안에서도 단편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온전히 그려내신 것 같다. 그 느낌에 새로운 색깔을 더했다는 점이다. 각 단편의 중심은 유지하면서 새로운 컬러를 입힌거다. 그 지점이 특별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종서는 “단편을 촬영을 마치고 읽었기 때문에 촬영 당시에는 크게 생각을 할 수 없었다”며 “제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춘으로서 느끼는 어떤 스스로도 모르는 분노나 억울함 등의 감정이 미스터리하게 담긴 것 같다”고 답했다.

이창동 감독은 원작과 ‘버닝’에 대한 질문에 “원작은 미스터리한 남자의 이야기. 헛간을 태우는 취미가 있다는 것에 꽂혀서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데에서 끝난다”며 “하지만 저는 이 짧은 미스터리가 요즘 젊은이들의 내면, 젊은이들이 살아가는 현실, 세계 등으로 이 미스터리가 확장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열었다.

또 “때문에 ‘버닝’에는 한국 젊은이들의 현실적인 요소들이 많이 들어있다. 우리의 일상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낯익은 일상이라고 할지라도 그 속에 충분히 텐션이 느껴진다. 뭔지 모르지만 잘못되어있는 것 같은데 그 이유를 모르는 데서 오는 서스펜스가 있다고 생각했다. ‘버닝’은 그런 일상의 미스터리를 스릴러 같은 느낌으로 담았다. 결말 역시 소설보다는 더 많이 나아가 있지만, 결론이 나면 누구나 명쾌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결말은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충격적이기도 하고, 커다란 반전이기도 하다.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결말이다”라고 영화의 결말에 대해 언급했다.

이번 작품을 통해 또 한 번 새로운 연기 변신을 예고한 유아인은 ‘버닝’을 ‘강박으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어린 나이에 데뷔해 연기를 하다 보니 표현에 대한 강박이 있었다. 다이내믹한 표정이나 유려한 연기 등을 잘 하고 싶어서 애쓰던 순간들 때문에 너무 외향적이 된 제 관성에서 벗어나려고 했다”며 “감독님께서 요구하셨던 것 역시 느낌 위주로, 있는 그대로, 사실적으로, 사실에 가깝게 그림으로 인해서 해석의 여지를 오히려 남기는 연기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게 제 과제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유아인은 “저희 영화가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인데 저는 정말 청소년들이 많이 봐야하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배우로서 참여한 소감보다는 영화를 만나는 관객의 입장에서 봤을 때 전혀 다르고 새롭게 말을 거는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의 윤리에 대해서 생각하게끔 만드는 영화였던 것 같다. 선과 악, 명과 암, 꿈, 희망 등 우리가 수도 없이 영화를 통해 접하고 매료되기도 하지만 모두가 영화를 보고 모두가 메시지를 전달받지만 세상이 계속해서 좋아지는 건 아니지 않나. 명쾌한 이야기, 명확성을 가지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 보다 훨씬 더 이 영화의 태도가 윤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는 말로 영화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홍혜민 기자 hh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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