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박과 단무지 한 조각씩에 엉성한 꼬치와 우동(대전 A초), 오래된 기름으로 만든 시커먼 튀김만두(서울 B고)…. 잊을만하면 터져 나오는 부실 급식의 원인은 비리였다. 그럼에도 관련자를 징계한 곳은 서울뿐이다.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과 엄정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사의 제품을 구매해주는 대가로 초중고교 급식 담당자에게 로비를 한 대상, CJ프레시웨이, 동원F&B, 풀무원 계열 푸드머스 등 대형 식품업체를 지난해 9월 적발했다. 이들 업체는 2012년부터 2016년까지 15억여원에 달하는 금품을 학교 급식 관계자에게 뿌린 것으로 조사됐다.
교육부는 이들 업체와 거래한 학교 명단을 공정위로부터 넘겨 받아 전국 각 시ㆍ도 교육청에 전달했고, 교육청별로 조사를 시작했다. 그러나 관련자 징계를 결정한 곳은 서울시교육청뿐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서울 초중고교 560곳을 감사한 결과를 보면 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영양 담당 교사나 영양사는 340여명이다. 학교 10곳 중 6곳이 급식 비리에 연루된 것ㄱ이다. 예컨대 이들은 납품업체에 A사의 제품을 ‘콕 찍어’ 주문하고, A사는 비싼 가격에 납품했다. 납품이 완료되면 A사는 금액에 따라 상품권이나 포인트를 영양 담당 교사나 영양사에게 지급하는 식으로 로비가 이뤄졌다. 이 업무를 전담하는 홍보 영양사까지 둔 업체도 있었다.
급식 비리는 이런 리베이트뿐만 아니었다. 김형태 전 서울시 교육위원(현직 교사)은 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급식 비리 천태만상을 전했다. 리베이트는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고, 특히 사립학교의 경우 학교 안에 유령업체(페이퍼 컴퍼니)를 만들어놓고 불량 식재료를 납품 받아 폭리를 취했다는 것이다. 급식재료 납품업체들은 계모임을 만들어서 입찰에 써낼 가격을 미리 정해놓고 업체들이 돌아가면서 낙찰을 받는 담합도 서슴지 않았다. 김 전 위원에 따르면 급식업체 대표조차 “학교 급식은 봉이다. 세상에 이런 난장판이 또 있을까 싶다. 학생들만 불쌍하고 세금이 줄줄 새나가고 있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 전 위원은 “급식이 굉장히 좋은 학교들, 열심히 하시는 분들까지 욕을 먹는 상황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 “급식 비리의 몸통에 대한 엄정한 조사, 검찰 수사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정부에 대해서도 “중앙정부가 그간 급식에 대해 뒷짐을 지고 있었는데 이제는 정말 정부가 책임진다는 마음으로 해야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이라고 요구했다.
허정헌 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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