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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포럼] “30년 실패 교훈 삼아… 비핵화 이행 과정 구체적 합의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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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한국포럼] “30년 실패 교훈 삼아… 비핵화 이행 과정 구체적 합의 중요”

입력
2018.05.04 04:4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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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완전한 비핵화 명시가 가장 성과

유일한 냉전 한반도 정상화 계기

동북아 국제질서도 안정화될 것

#2

그동안 국가별 입장달라 성과 미미

튼튼한 한미 공조 바탕 위에

주변국 협력받으며 비핵화 협상을

#3

美中 제재 공조가 北 변화 유도

비핵화 달성까진 분명 시간 걸려

CVID 판단 2020년 말쯤은 돼야

#4

과거와 달리 남북이 대화 주도

文대통령 정교한 외교 역량 주목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한국포럼' 세션1 '북핵 협상 30년,회고와 전망' 토론이 열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한국포럼' 세션1 '북핵 협상 30년,회고와 전망' 토론이 열리고 있다. 배우한 기자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18 한국포럼’ 첫 번째 세션에 참석한 한국과 미국, 중국 전문가들은 지난달 27일 남북 정상이 합의한 판문점 선언이 한반도발(發) 국제 위기를 평화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데 공감했다. 특히 남북이 한반도 미래 방향을 설정하고 대화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러나 과거 협상 실패의 원인과 북한 태도 변화 이유를 어디에 두느냐를 두고서는 의견이 엇갈렸다. 토론에는 로버트 갈루치 전 미국 국무부 북핵특사(차관보), 판젠창(潘振强) 중국 개혁개방포럼 상급고문,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이 참여했다. 사회는 김기정 연세대 교수가 맡았다.

김기정 교수(사회)=북핵 전문가로서 27일 판문점 선언의 역사적 의미는 뭘까. 가장 의미 있는 합의를 꼽는다면.

윤영관 전 장관=하나는 한반도의 정상화 측면에서 볼 수 있겠다. 탈냉전 이후 유일하게 냉전이 지속돼온 한반도가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 본다. 동북아 국제질서도 안정화할 것이다. 다음은 구심력 문제다. 한반도 주변에는 현상을 오랫동안 지속시키려는 힘이 작용하고 있다. 구심력 극복을 위한 남북 통합의 계기가 만들어졌다.

로버트 갈루치 전 대북특사=시각적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남북이 이러한 과정(한반도 비핵화)을 주도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환영할 만한 변화다. 첫 단계는 아주 훌륭했지만, 다음 단계에선 다를 수 있다. (비핵화 프로세스의) 실제 작동 방식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

판젠창 상급고문=남북이 회담 성사를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했다. 북한은 정책 노선을 변경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과 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백종천 이사장=과거 협상과 달리 처음으로 남북 정상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서명했다. 판문점 선언에서도 ‘완전한 비핵화’를 명시한 점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김 교수=북핵 문제를 두고 30년 동안 성공도, 실패도 많았다. 왜일까.

갈루치 전 특사=가장 중요한 교훈은 비핵화의 의미와 이행 과정을 구체적으로 합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북한 핵 능력이 고도화한 현재) 우리가 앞으로 수행하게 될 과제는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할 당시와는 다른 과제일 것이다. 합의가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판젠창 상급고문=북미 간 신뢰가 부족했다. 새로운 비전도 없었다. 북미는 아직 냉전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있는 듯 하다. ‘국가 안보 보장을 위해선 군사력 증강이 필수다. 그리하여 상대에게 겁을 줘야 한다’는 식의 생각이다. 국내 합의, 특히 미국 내 합의도 필요하다. 과거엔 정권 교체에 따라 문제 해결법이 판이하게 달랐다.

백 이사장=어떤 한 국가에만 잘못이 있는 것은 아니다. 북한은 북한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고 주변국도 방관만 했다. 한국 정부가 노력해도 소용 없었다. 튼튼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주변국들의 협력을 받으며 한반도 비핵화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윤 전 장관=‘최대 압박, 최대 보상’이라는 원칙이 과거 북핵 문제 해결법을 관통하는 듯 하다. 그러나 모든 협상이 실패한 건 국가마다 입장이 달라, 제대로 협력하지 못해서다. 대북 정책에 일관성이 없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하며 처음으로 원칙이 작동했다.

김 교수=북한 태도 변화 원인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실천이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이 태도를 바꾼 이유는 뭘까.

판젠창 상급고문=대북제재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공조가 북한 변화를 유도했다. 최대 제재가 마냥 좋은 건 아니다. 제재의 강도는 북한의 불법행위에 대해 비례적이어야 하고, 제재의 목적은 북한 (핵ㆍ경제) 병진노선이 지속될 수 없다는 시그널을 주는 데 있어야 한다. 적절한 수준을 지켰다.

백 이사장=북한이 왜 핵을 개발했을까. 체제 유지, 안보를 위해서다. 북 체제를 보장해줄 수 있는 국가는 결국 미국이다. 그리고 이제서야 미국이 반응을 보였다.

윤 전 장관=복합적인 이유다. 북한 경제가 개방돼 외부 제재에 굉장히 취약해졌고, 미국 선제 타격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국가 핵 무력 완성 선언으로 충분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갈루치 전 특사=북한이 통일을 신화(myth)가 아닌 목표로 두고 핵을 개발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것이라 생각하기 힘들다. 북한 의도를 시험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김 교수=여러 상황을 고려할 때,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가 이뤄졌다고 확신할 수 있는 시점은 언제일까.

백 이사장=(판문점 선언 전엔) 2020년 말을 가능 시점으로 봤다. 미 대통령 선거 등 정치 상황을 고려해서다. 그러나 올해 종전을 선언하면, 반년 정도 앞당겨도 될 것 같다. 물론 기대치다.

윤 전 장관=기계적인 목표를 두긴 힘들 것 같다. 의지에 따른 문제라고 본다. 저도 2020년 말에 기대를 걸고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사찰ㆍ검증 문제가 될 거다. 언제, 어디서든 사찰이 가능하다는 데 북한이 동의를 하는 시점을 (CVID) 기준으로 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ICBM 포기 등 절반 수준에서 협상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조심스럽다. 자국 안전만을 고려하는 북미 합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갈루치 전 특사=핵은 숨기려면 얼마든 숨길 수 있다. 신뢰를 100% 확보할 수 없다는 건 핵무기를 100% 제거할 수 없다는 뜻이다. 비핵화 달성을 위해서는 분명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무엇을 줄지도 고려해야겠지만, 현재의 북한은 정상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국가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판젠창 상급고문=과거 공동성명, 선언문은 비핵화에 대한 귀중한 경험과 지식의 집약이다. 비핵화를 어떻게 이행할지에 대한 사항이 있다. 약속 대 약속, 행동 대 행동 원칙이다. 올바른 여정이 있다고 본다. 과거의 성과를 돌아보며 6자 회담의 동력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자 간 틀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김 교수=마지막 질문이다. 앞으로 많은 정상회담이 열릴 텐데, 각국 리더에 대한 조언을 한마디씩 하자면.

윤 전 장관=김정은 위원장에게 부탁한다. 북한판 덩샤오핑(鄧小平)이 되길 바란다. 21세기에도 권위주위적 발전국가 리더십은 가능하다. 그 꿈을 꾸며 핵은 확실히 포기하는 방향으로 갔으면 좋겠다.

갈루치 전 특사=문 대통령이 굉장히 정교한 외교적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계속 유지했으면 좋겠다.

판젠창 상급고문=남북 모두 안보정책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판문점 선언은 바람직한 희망이지만 이행하는 건 다른 문제다. 특히 문 대통령은 한국이 독립국가임을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남북이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행운을 빈다.

백 이사장=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부탁한다. 매 회담마다 국내(일본) 납치자 문제 해결을 부탁해달라고 하는데, 동북아 평화와 안전이라는 대의를 보길 바란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박재현 기자 remake@hankookilbo.com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참여정부 청와대 정책자문위원, 문재인 대통령 인수위원회인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외보안보 분과위원장을 맡았다. 연세대 행정대학원장, 한국정치학회 부회장 등을 역임했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특사(차관보). 현재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제1차 북핵 위기 당시 미국 대표단 수석대표였다. 유엔(UN) 위원회 부위원장, 맥아더 재단 회장, 미 조지타운대 국제학부(SFS) 학장 등을 역임했다.

●판젠창

중국 개혁개방포럼 상급고문. 예비역 소장으로 중국 PLA 국방대 전략연구소장을 지냈다. 중중국 금융경제중앙대 전략 및 경영연구소 연구책임자, 국제적인 반핵운동단체인 퍼그워시 컨퍼런스의회 회원으로 활동했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현재 서울대 명예교수다. 한반도평화연구원 초대원장, 아세안+3 동아시아비전그룹Ⅱ(EAVG Ⅱ) 공동의장, 정책네트워크 ‘내일’ 이사장 등을 거쳤다.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한국국방연구원 이사, 한국국제정치학회 회장, 참여정부 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 등을 거쳤다.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서울대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에서 각각 석ㆍ박사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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