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탁구선수권 남북 단일팀
양측 선수 9명 모두 엔트리에
바이케르트 회장이 적극 나서
모든 참가국들에 동의 받아
8월 亞게임 단일팀도 파란불
1991년 지바 세계탁구선수권 이후 27년 만에 역사적인 남북 단일팀이 꾸려지면서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단일팀 구성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대한탁구협회는 3일(이하 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세계선수권에 참가 중인 여자대표팀이 북한과 단일팀을 구성했다고 발표했다. 원래 이날 오후 5시 예정됐던 남북의 여자 단체전 8강 맞대결 없이 단일팀은 4강에 직행해 일본과 맞붙는다.
토마스 바이케르트 국제탁구연맹(ITTF) 회장이 단일팀 구성에 적극적이었다. 토마스 바흐(65)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과 같은 독일인인 그는 지난 2월 평창 동계올림픽을 방문했을 때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을 보며 영감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남북 양 측에 단일팀을 제안하기에 앞서 이번 세계선수권 참가국들에게 ‘남북 단일팀 구성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동의를 받아 혹시 모를 문제의 소지를 없앴다.
탁구협회도 평창올림픽 당시 정부 주도로 급하게 추진됐다가 비판을 받았던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의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한국 선수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했다. 이에 따라 한국 5명, 북한 4명 등 9명 전원이 엔트리에 들어갔다. 지바 세계선수권 코치였던 이유성 탁구협회 부회장은 “선수나 지도자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면 (단일팀을) 하지 말라고 했다”며 “91년 이후 남북은 국제대회에서 자주 만나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이 덕분에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될 수 있었다”고 밝혔다.
탁구협회가 추진 중인 오는 8월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단일팀 구성에 ‘할름스타드 단일팀’이 마중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6월의 평양오픈, 7월의 대전 코리아오픈에 남북 선수들이 상호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 두 대회 모두 국제탁구연맹(ITTF) 공인 국제 대회지만 남북은 서로 대회에 참가한 적이 없다. 이 때 합동 훈련을 하며 자연스럽게 8월 아시안게임 단일팀을 준비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탁구협회는 아시안게임에 단식과 혼합복식 등 개인전은 남북이 각자 출전하고 단체전은 단일팀을 구성하되 엔트리를 확대해 남북 선수 모두 선의의 피해를 보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북한선수단 대표로 스웨덴에 온 주정철 서기장은 “(단일팀에 대해) 우리 탁구계는 긍정적이지만, 공식적으로 오간 얘기는 아직 없다. 위에서 어떻게 결정하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단일팀 구성에 앞서 남북대표 선수들은 현지시간 2일 저녁 깜짝 이벤트 경기도 펼쳤다. 할름스타드의 레산드호텔에서 열린 ‘ITTF 재단 창립 기념식’에서다.
기념식 행사장 스크린에 ‘하나의 한국, 하나의 테이블’(one Korea, one table)이라는 문구가 뜬 뒤 서효원(남)과 김남해(북), 양하은(남)과 최현화(북)가 복식 조를 이뤄 정규 탁구대보다 작은 플라스틱 모형 탁구대에서 플라스틱 라켓으로 시범경기를 했다.
경기는 3분 남짓 진행됐고 3-3 무승부로 끝났다. 북한 김남해는 “아주 즐거웠다”고 소감을 밝힌 뒤 아시안게임에 단일팀 질문을 받고는 “같이 힘내서 꼭 1등 하면 좋겠다”고 답했다. 서효원 역시 “(북한 선수들과) 말이 통해서 다른 나라 선수들보단 편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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