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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정말, 보유세 폭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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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정말, 보유세 폭탄인가

입력
2018.05.03 19:00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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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3년 전 서울 마포에 있는 한 아파트를 샀다. 재개발로 2곳의 아파트에서만 5,000여 가구의 입주 물량이 쏟아진 동네다. ‘입주 물량이 늘면 전셋값은 싸진다’는 공식만 믿고 넉 달 정도 그 동네를 들쑤시고 다녔지만 거꾸로 전셋값은 매달 수천 만원씩 뛰었다. 나 같은 세입자가 차고 넘치니 여전히 집주인이 가격 흥정의 키를 쥐었다.

집값도 마찬가지였다. 전용면적 84㎡의 가격이 6억원 중반대에서 7억원대로, 다시 7억원 중반대로 뛰었다. 심상치 않은 현장을 보고 가족회의에 들어갔다. 지금의 매매가격이 2년 뒤면 전셋값 수준으로 돼 있을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집을 사기 위해 전세 보증금과 만기가 돌아온 예ㆍ적금을 깡그리 모았다. 터무니없이 돈이 부족해 집값의 40%는 대출로 충당했다.

결과는? 예상은 적중했다. 아니 뛰어넘었다. 내 집은 그새 4억~5억원 더 올랐다. 당장 내 주머니로 들어올 돈은 아니지만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나와 남편, 시댁 등 당시 대책회의에 함께했던 가족들은 치솟는 집값 얘기가 나올 때면 서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며 자랑 한판을 벌이곤 한다.

그러면서도 솔직히 헷갈린다. 나는 ‘선량한 실수요자’인가 집값을 올린 ‘투기 수요’인가.

이전 정부 기준으로 나는 분명 실수요자다.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는 직ㆍ간접적으로 “차라리 실수요자라면 빚을 내 집을 사라”고 했다. 주택담보대출 한도(수도권 기준 LTV 50→70%ㆍDTI 50→60%)가 늘었고 금리는 밑바닥을 뚫을 기세로 떨어졌다. 전문가들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됐다고 떠들어댔다. 30대 무주택자들이 이때 (때로는 무리하게) 집을 샀고, 그 중 한 명이 나였다.

정권이 바뀌고 나니 어느새 나는 가계부채 폭증의 원흉이 됐다. 지난 몇 년간 부동산 시장이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면서 가계부채는 1,450조원을 돌파했다. 많이 빌려준다고 정말 은행에서 양껏 빌렸으니 부채 문제에 내가 한 몫 한 건 분명하다. 작정하고 집값을 띄운 투기 수요의 의중을 알면서도 그 높은 집값을 떠안아 샀고, 산 이상 더 오르기를 바라니 투기 수요인 것도 맞다. 집을 한 채 소유하면 실수요자이고 2채 이상인 다주택자는 투기 수요라고, 무 자르듯 볼 수 없다는 걸 스스로 깨닫는다.

이런 일말의 양심의 가책과 집값 상승을 당당하게 바라는 욕망을 숨기지 않기 위해 나는 보유세 ‘폭탄’을 기꺼이 맞을 준비가 돼 있다. 마침 지난달 30일 공동주택ㆍ단독주택 공시가격이 확정, 발표됐다. 서울의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10.19%나 뛰어 집주인들이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엄청 많이 내야 한다고, 금방이라도 큰일날 것처럼 떠드는 기사가 많이 나왔다. 나 역시 지레 겁먹고 알아봤으나 아파트 실거래가가 10억원을 훌쩍 넘는데도 공시가격은 7억원이 안됐다. 시세의 60~70%만 반영하고 있어서다. 종부세(1주택자는 공시가격 9억원 초과)는 낼 필요도 없고, 재산세는 작년보다 23만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 ‘폭탄’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민망한 수준이다.

물론 ‘똘똘한 한 채’를 소유한 집주인 중 일부는 처음으로 종부세 대상자가 돼 세 부담이 과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0.8%ㆍ2015년 기준)이 낮고, 보유세 실효세율(실제 세 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비율)도 0.156%에 불과하다. 비교 가능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3개국 가운데 꼴찌에서 세 번째다. 집값이 오르면 그에 상응하는 세금을 내는 건 당연하다. 보유세 강화를 핵심으로 하는 세제 개편안 논의와 맞물려 세금 폭탄이란 단어는 한동안 계속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집값 상승에 쾌재를 불렀던 나 같은 이들은 어설픈 폭탄 논란에 숨지 말고, 목소리를 내자. 보유세 당당히 내겠다!

강아름 경제부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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