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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악한 국회 성폭력 실태, 발본색원ㆍ일벌백계가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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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악한 국회 성폭력 실태, 발본색원ㆍ일벌백계가 답이다

입력
2018.05.03 18:16
3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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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각계의 미투운동 열기에도 유독 조용했던 정치권에서 권력관계를 악용한 성폭력ㆍ성추행이 빈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주로 국회 하급직 여성인 피해자들이 신분상 위협 등 2차 피해를 우려해 폭로를 꺼릴 뿐, 국회의원과 상급 보좌관들의 추잡한 행태가 여의도에서 일상적이라는 지적은 결코 빈말이 아니었다. 특히 국회에 성폭력 피해구제 전담창구가 있는데도 상담요청 사례가 한 건도 없을 만큼 위력에 의한 억압 체제가 공고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국회 윤리특별위가 4월 초 국회의원과 보좌진 1,800여명을 대상으로 '국회 내 성폭력 실태'를 전수조사한 결과, 국회에 들어온 이후 성폭력을 경험 혹은 목격했거나 주변에서 들었다고 답한 내용(복수응답)은 성희롱 338건, 가벼운 성추행 291건, 심한 성추행 146건에 달했다. 스토킹과 음란전화ㆍ문자ㆍ메일은 각각 110건, 106건이었고, 범죄수준의 강간미수와 강간ㆍ유사강간도 각각 52건, 50건에 달했다. 1,818부의 설문을 배포해 958부를 회수할 만큼 참여율이 높았으니 국회 내 성폭력 실상을 반영한 결과라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동안 국회 보좌진들이 모인 SNS 익명페이지 '여의도 옆 대나무숲' 등에는 '일상에서 성차별, 술자리에서 성희롱을 일삼던 분이 개념있는 척, 정의로운 척 미투운동을 응원한다니 놀랐다’는 등의 냉소와 함께 ‘미투야, 권력갑질을 일삼는 여의도에 더 세게 불어라’ 라는 글이 적잖이 올랐다. 말버릇ㆍ손버릇 나쁘기로 유명한 의원과 비서관들 이름도 나돌았다. 이번 조사에서 본인이 직접 성폭력을 경험했다고 밝힌 사례가 성희롱 99명, 성추행 74명, 음란전화ㆍ문자 19명 등이었고 강간ㆍ유사강간 및 강간 미수도 3건에 달한 것은 빙산의 일각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7급 이하 여성이 대부분인 피해자 중에 주변에 사실을 알리거나 도움을 요청한 사람은 86명에 불과했다. 국회에 신고센터가 있지만 대상이 의원이나 그 측근이어서 가해자 처벌이나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고 신고한 본인만 불이익을 받는 현실을 봐 온 탓이다. 윤리위는 조사결과를 토대로 피해자 위주의 국회인권센터를 만들고 젠더 감수성 교육 등을 강화해 국회 폐쇄성을 깨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그들만의 권력'을 누리는 집단의 왜곡된 젠더 의식과 갑질이 해결될 수 없다. 지금도 어디선가 자행되고 있을 크고 작은 성폭력 사례를 발본색원하는 경보시스템을 만들고 일벌백계하는 제도를 미룰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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