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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 미국인 3명 지난달 초 평양 호텔로 옮겨 ‘선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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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억류 미국인 3명 지난달 초 평양 호텔로 옮겨 ‘선 조치’

입력
2018.05.03 17:2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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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월초 정상회담 수락 때

北, 곧바로 억류자 석방카드 화답

“억류자 석방은 예고된 조치

더 파격적 조치 내놓을 수도”

한국계 김동철ㆍ김상덕ㆍ김학송

웜비어 사태 막으려 건강 면밀점검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다. 왼쪽부터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씨. 연합뉴스
북한에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다. 왼쪽부터 김동철, 김상덕, 김학송씨.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북한에 억류된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자국 송환을 시사하면서 북미 정상회담으로 가는 길에 훈풍이 불고 있다. 북한이 정상회담을 앞두고 풍계리 핵 실험장 폐기 조치에 이어 억류자 석방 등으로 대미관계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어 북미 정상회담에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억류자 석방은 이미 예고됐던 카드나 다름 없어 북한이 더 파격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은 과거에도 억류 미국인의 석방 문제를 북미 직접 대화의 기회로 활용했던 터라 억류자 3인의 석방은 일찍부터 가시권에 든 상태였다. 북한이 2차 핵실험을 단행해 한반도 정세가 악화했던 2009년 8월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방북해 미국인 여기자 로라 링, 유나 리를 데리고 나왔고, 천안함 폭침 사건이 있었던 2010년에도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평양을 찾아 미국인 1명과 함께 나왔다. 2014년에는 제임스 클래퍼 당시 미국 국가정보국장이 방북해 케네스 배 등 미국인 2명을 데리고 귀국했는데, 이 때마다 북한은 유엔 제재나 외교적 고립 탈피를 위해 억류자 석방으로 미국과 직접 대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 때문에 이를 두고 ‘인질 외교’란 비아냥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이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폐기 등을 주장하며 핵 문제에서 입장 변화를 보이지 않아 북미 관계 진전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평양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3일 북한에 장기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리용호 북한 외무상(오른쪽)이 2일(현지시간) 평양에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미국 CNN 방송은 3일 북한에 장기 억류 중인 한국계 미국인 3명의 석방이 임박했다고 보도했다. AP연합뉴스

하지만 이번은 북한이 비핵화에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억류자 석방은 북미 관계 개선의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억류자를 석방하기도 전에 정상회담부터 수락한 터라, 억류자 석방이 더 이상 ‘인질외교’의 수단이 아니라 오히려 북한이 자발적인 성의를 보여주는 카드가 된 셈이다.

CNN은 이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3월 스웨덴을 방문했던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억류자 석방을 이미 제안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월 초 정상회담을 수락하자 북한도 곧바로 억류자 석방 제안으로 화답을 했던 것이다. 오히려 트럼프 정부가 북한이 비핵화 문제를 희석시키는 카드로 억류자 석방을 활용할 것을 경계해 이를 곧장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에선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억류자 석방도 없이 정상회담을 수락한 것이나,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방북 했는데도 억류자를 데리고 나오지 못한 점을 두고 비판이 적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며 진작부터 자신감을 보였다. 부활절 주말(3월31일~4월 1일) 이뤄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기 위한 비밀 방문이었던 터라 억류자를 공개적으로 데리고 나오지 못했지만 당시에 이미 억류자 석방은 합의됐던 것으로 보인다. 최성룡 납북자 가족모임 대표는 4월초 상부 지시로 억류자 3인이 노동교화소에서 풀려나 평양의 호텔로 거처를 옮겼다고 전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직후 북한이 석방 조치를 취한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그들의 석방은 선의의 표시로 보일 것"이라며 "그들의 안전은 미국과 북한 당국 사이에 있을 미래의 상호 작용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김동철, 김상덕(미국명 토니 김), 김학송씨로 모두 한국계다. 2015년 10월 함경북도 나선에서 체포된 김동철 목사는 북한 군인으로부터 핵 관련 자료가 담긴 이동식저장장치(USB)와 사진기를 넘겨받았다는 이유로 간첩과 체제전복 혐의가 적용돼 노동교화형 10년을 선고 받았다. 중국 옌변과기대 교수 출신으로 지난해 4월 국가전복 적대행위를 했다는 혐의로 체포된 김상덕씨는 평양과학기술대 회계학 교수로 초빙돼 한 달간 북한을 방문했다가 출국길에 잡혔다. 김학송씨는 지난해 5월 중국 단둥의 집으로 가려다 반공화국 적대행위 혐의로 체포됐다. 김씨는 2014년부터 평양과기대에서 근무하며 농업기술 보급 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과기대는 한국계 미국인 김진경 공동총장이 2010년 미국 선교 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대학으로 교수진 전원이 미국 또는 유럽인이다.

조셉 윤 전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지난해 6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송환을 위해 평양을 방문해 이들 3명을 만난 뒤 “모두 건강하다”고 전한 바 있다. 워싱턴이그재미너는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이 석방 당시 혼수상태였던 웜비어 사망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이들의 건강 상태를 면밀히 점검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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