뮬러 특검에 협조한 콥 경질
NYT “전투 준비 신호” 해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년 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 위기 당시 법률 자문을 했던 에밋 플러드 변호사를 백악관 변호인단으로 2일(현지시간) 영입했다. 당초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3월 이 같은 보도를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며 펄쩍 뛰었는데, 결국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러시아 스캔들’ 사건을 수사하는 로버트 뮬러 특검이 최근 트럼프 대통령 서면 조사에 착수한 데 이어, 대면 조사를 위한 소환까지 추진 중인 현 상황에 적극 대비하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NYT 등에 따르면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에서 “에밋 플러드는 ‘러시아 마녀 사냥(Russia witch hunt)’에 맞서 대통령과 행정부를 대변하는 백악관 보좌진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엄청난 일을 해 낸 타이 콥 백악관 법률고문은 이달 말 은퇴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콥의 자리를 플러드가 대신하는 셈인데, 그 동안 ‘대통령 소환’만은 막고자 뮬러 특검 수사에 적극 협조하며 ‘신속한 수사 종결’을 약속해 온 콥이 사실상 경질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플러드는 1998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백악관 인턴 모니카 르윈스키와의 성 추문 파문, 법정에서의 거짓 증언 등으로 탄핵 위기에 몰렸을 때 법률 대리인으로 활동했다. 워싱턴 소재 ‘월리엄스 앤 코널리’ 로펌에서 유명 인사들의 재판 업무를 주로 맡았고, 2016년 대선 당시 연방수사국(FBI)의 ‘힐러리 클린턴 이메일 사건’에서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대리하기도 했다. 뮬러 특검의 넓은 수사 범위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는 점에서 콥보다도 훨씬 더 특검 측과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다만 뮬러 특검을 해임하고 싶어하는 트럼프 대통령 견해에 동의하는지는 분명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러시아 스캔들 수사 관련 트럼프 대통령의 법률팀 3명 중 2명이 바뀌었다. 지난 3월 말 사임한 존 다우드 변호사의 공백은 검사 출신인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메워 뮬러 특검과 트럼프 대통령 소환 문제 등을 협상 중이다. NYT는 “백악관이 (러시아 스캔들 등) 법률적 문제가 조속히 끝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11월 중간선거 이후의 새로운 전선(戰線)에 단단히 대비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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