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사람들의 나라
최태섭 지음
위즈덤하우스 발행ㆍ296쪽ㆍ1만4,800원
잽싸게 피해자인 척하는 게 먼저다. 그 위에다 ‘억울함’이란 갑옷을 둘러쳐야 한다. 진짜든 아니든 무슨 상관이겠나. 우리 뇌는 자기연민과 자기합리화 정도야 빛의 속도로 완수해낸다. “억울함은 위험한 감정이다. 억울함이 나를 사로잡고 나면, 내 허물들은 순식간에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되어버린다. 나를 제외한 모든 것들을 향해 비난을 퍼붓는 것이 정당화되고 나의 잘못과 앞으로 저지를 잘못까지도 면죄부가 주어진다.” 억울할 수 있다. 문제는 억울함의 경주다. 그저 나만 억울하다. 이런 감정은 해소돼야 한다. 어떻게? “공동체를 파탄으로 몰아넣는 ‘편협한 X자식’이 바로 나일 수 있다는 의심이 생길 때”다. 민주주의자가 된다는 건 내 몫의 권리를 빼앗길까봐 절절 매는 게 아니라, 이 의심을 조금씩 나누어 가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열정 노동’ 개념을 내놨던 젊은 사회학자 최태섭이 2015~2018년 격동의 시간 동안 여러 곳에 발표한 글 모음이다. 저자 말마따나 “이제, 어른이 될 시간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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