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들의 도시를 위한 교향곡
MT앤더슨 지음ㆍ장호연 옮김
돌베개 발행ㆍ546쪽ㆍ2만2,000원
1942년 6월. 연합군은 나치의 눈길을 피해 마이크로필름 비밀 운송작전을 벌였다. 마이크로필름엔 뭐가 담겼을까. 작전계획? 신무기 설계도? 정답은 레닌그라드 공방전 와중에 쓴 쇼스타코비치의 7번 교향곡 악보다. 872일간 지속된 세계 최장 포위전 레닌그라드 공방전은 참혹함의 상징이다. 그 와중에 탄생했으니 7번 교향곡은 일종의 신화다. 실제로도 그랬다. 스탈린은 이 곡을 들은 연합군이 서유럽에서 제2전선을 형성해주길, 나치들의 사기가 팍 꺾이길 바랐다. 연합군은 서로 연주하려 들었고, 미국에선 무려 62차례나 연주됐다. 나치 공습 때문에 소방관 모자를 쓴 쇼스타코비치의 얼굴은 파시스트의 군홧발 아래에서도 분투하는 문명의 힘을 상징했다. 이 신화의 안과 밖을 들여다보면서 쇼스타코비치의 삶을 탐구한 기록이다. 줄리안 반스가 ‘시대의 소음’에서 쇼스타코비치를 비운의 천재로 그려냈다면, 이 책은 다양한 목소리를 섞어둔 종합보고서다. “내 교향곡은 대부분 묘비다.” 신화에 어울리지 않은, 쇼스타코비치의 마지막 말이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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