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4일 경매…총량 제한
경쟁 최소화, 승자독식 막아
정부의 5세대(5G) 주파수 경매 세부 내용이 확정됐다. 이번 경매는 승자독식을 최대한 막고 과열경쟁을 최소화하도록 설계됐다. 세계 최초 5G 상용화를 위해 불필요한 출혈을 막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지만, 사실상 정부가 균등 배분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경매 무용론’도 제기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6월 14일 ▦3.5㎓ 대역 280㎒ 폭 ▦28㎓ 대역 2,400㎒ 폭 등 총 2,680㎒ 폭 주파수 경매를 시행한다고 3일 밝혔다.
이번 경매의 최대 관건이었던 5G 전국망 3.5㎓ 대역 280㎒ 폭에서의 ‘총량 제한’은 100㎒로 정해졌다. 과기정통부가 280㎒ 폭을 10㎒씩 28개 블록으로 쪼개 매물로 내놓고 사업자들이 원하는 블록 개수를 적어내는 식으로 경매가 진행되는데, 1개 사업자가 가져갈 수 있는 최대 블록 수를 10개(100㎒)로 한정한 것이다. 3개 사업자가 적어낸 블록 수의 총합이 28개로 맞아 떨어질 때까지 계속되는 경매 라운드는 최대 50라운드까지만 진행된다. 블록당 가격은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올라가는데, 그 증가분도 직전 라운드 입찰가의 최대 0.75%로 제한했다. 과열경쟁이 감지되면 정부가 0.3%까지 낮출 수 있다.
앞서 SK텔레콤은 가입자 수가 가장 많다는 이유로 총량 제한을 120㎒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자 간 주파수 격차 최소화를 강조한 KT와 LG유플러스는 100㎒를 요구했다. 결국 100㎒로 결정되면서 원하는 주파수 폭을 위해 과도한 비용을 치르게 되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졌다.
상대적으로 자금이 풍부한 SK텔레콤의 100㎒ 확보는 사실상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나머지 180㎒를 두고 KTㆍLG유플러스가 어떻게 나눠 갖는지가 경매 종료 시점과 낙찰가를 결정할 전망이다. 하지만 라운드가 길어질수록 모든 블록 가격이 똑같이 올라가기 때문에 두 업체가 굳이 경매를 길게 끌고 갈 이유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초반에야 눈치를 보겠지만 돈을 적게 쓰려면 경우의 수가 그리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수요가 큰 사업자가 많은 주파수 확보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투자에 나서는 게 경매 취지인데 이번엔 엄격한 제한이 많다”며 “총량제한으로 3사간 폭 차이가 20㎒ 이하로 예상돼 동등은 아니더라도 골고루 사이좋게 나눠주는 그림”이라고 설명했다.
류제명 과기정통부 전파정책국장은 “이번 경매에서 엄격한 제한을 둔 만큼, 앞으로 5G용 주파수를 추가로 공급할 때 각 사업자의 확보 주파수 대비 트래픽 증가 추세 등을 고려해 제한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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