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증가액만 1조원 넘어
규제 강화로 풍선효과 분석도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지난달 큰 폭으로 늘었다. 100조원에 육박한 신용대출의 영향이 컸다. 개인들이 종전처럼 부동산 대출을 받는 게 쉽지 않자 신용 대출로 옮겨가며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3일 KB국민ㆍ신한ㆍKEB하나ㆍ우리ㆍNH농협에 따르면 이들 5개 시중은행의 4월 말 가계대출 잔액은 총 538조3,696억원을 기록, 전달(534조7,366억원) 대비 3조6,330억원 늘어났다. 이는 지난해 11월 4조원 이상 증가한 후 5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다.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을 합친 것인데 이중 개인신용대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99조7,214억원으로 전달 대비 1조1,685억원 늘어났다. 월간 증가액이 1조원을 넘은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처음이다. 정부의 고강도 주택 관련 대출 규제 탓에 서민들이 신용대출로 눈을 돌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은 1월 말부터 신(新)총부채상환비율(DTI)을, 지난 3월 말부터는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 기준을 적용해 대출을 해 주고 있다. 차주의 소득과 기존 대출액 등 상환능력을 엄격하게 보는 게 핵심이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가계대출의 40%가 주택담보대출인데 이중에서도 실제 주택구입은 40%만 하고 나머지는 생계형이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대출 규제가 심해지니 서민들이 금리가 높은 신용대출 등으로 생활비, 사업자금 등을 감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부동산대출 규제 강화 이후 대출 수요가 신용대출로 이동하며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4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4조878억원으로, 전달보다 1조5,59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달부터 양도소득세 중과가 시작되면서 대출이 대폭 줄고 부동산 시장도 얼어붙은 탓이다.
다만 이중에서 중도금 대출 등 개인집단대출은 잔액이 전달보다 1조573억원 늘어난 118조6,888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0월(1조3,790억원) 이후 가장 많이 증가한 것이다. 최근 분양시장에서 물량이 많이 풀린 영향이 크다. 지난해 4분기 전국에서 14만8,000가구가 일반 분양됐고 올해 1분기에는 역대 최대 수준인 15만4,000가구가 분양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은 현재 잠시 숨 고르기 상황이지만 분양시장은 여전히 활황”이라며 “아파트 분양은 이주비, 중도금 대출 등과 연결되므로 집단대출 잔액 증가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아름 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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