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ㆍ다자 협의 고려, 목표ㆍ방향만 합의문에
남북미 리더십 덕에 과거보다 이행 가능성 커
가능한 것부터 속도감 있고 착실하게 추진할 터”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달 27일) 오전 정상회담에서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은 북미 정상회담에서 논의하는 것을 전제로 준비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조 장관은 이날 한국일보가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위기에서 평화로: 한반도 비핵화와 신 동북아 질서’를 주제로 주최한 ‘2018 한국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통해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에 가장 중점을 두고 오랜 기간 남북 양 정상이 논의했지만 합의서에는 곧 있을 북미 및 다자간 협의 등을 고려해 목표와 기본 방향만 압축해 넣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는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은 4ㆍ27 남북 정상회담의 가장 큰 성과로 남북 정상회담 정례화 합의를 꼽았다. 그는 “남북 공동선언 문안 준비를 협의하면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는데, 양 정상이 다시 만나는 약속만 이번에 합의되면, 신뢰만 형성된다면 이번 정상회담은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 정상은 앞으로도 이번 정상회담처럼 형식과 격식을 따지지 말고 허심탄회하고 진솔하게 대화해 나가자는 입장에도 공감대를 이뤘다”며 “이런 만남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도 계속 이뤄져 나가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의 길도 계속 넓혀 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이날 그는 남북 정상 간 합의가 담긴 ‘판문점 선언’을 조목조목 소개하고 의미를 설명한 뒤 “무엇보다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간 선순환 구도를 정착하기 위한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이 이번 회담의 큰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어 “양 정상 간에 신뢰를 형성한 점, 문재인 정부 임기 1년 내에 남북 정상회담이 개최되고 판문점 선언을 도출함으로써 이런 합의를 이행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했다는 점도 이번 정상회담 성과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조 장관은 이번 남북 정상회담 합의가 과거 어느 합의보다 이행 가능성 면에서 희망적이라고 봤다. 그는 “일부에선 이번 정상회담 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너무 낙관적으로 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지만 우리 정부뿐 아니라 누구도 한반도 문제 해결에 대해 낙관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김 위원장도 만찬사에서 합의 이행 과정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고 직접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그런 어려움에 봉착했을 때 뒤돌아 가지 않고 극복이 필요하다고 (김 위원장이)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판문점 선언이 과거 합의와 다른 점은 이행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점”이라며 남ㆍ북ㆍ미 정상의 리더십을 최우선 근거로 거론했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정상들의) 의지와 필요성 인식이 어느때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물론 비핵화 여정이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또 다시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모른다는 점에서 좀 더 넓혀진 기회를 적극 활용하고 노력해야 한다”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한반도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어 조 장관은 정부의 합의 이행 원칙도 공개했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을 속도감 있게, 동시에 차분하고 질서 있게 이행해 갈 것”이라며 합의 사항을 ▦바로 이행할 수 있는 사항 ▦북한과 협의가 필요한 사항 ▦한반도 비핵화의 진전에 따라 이행해 갈 사항 등으로 나눠 착실하게 준비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내외 소통과 협력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조 장관은 “(이행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국민과의 소통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이라며 “판문점 선언에도 있듯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은 물론 앞으로 비핵화 문제가 풀리면 추진하려는 한반도 신경제구상에 있어서도 국제사회의 참여와 협력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또 “북한과의 협상과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해가는 데 우리 국민의 공감과 지지는 가장 중요하다”며 “정부는 이런 노력을 통해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과정의 선순환을 구축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판문점 선언 공동 발표에서 ‘한반도의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민족 공동 번영과 통일의 길로 향하는 흔들리지 않는 이정표를 세웠고 결코 뒤돌아가지 않을 것’이라 밝혔다”고 소개한 뒤 “정부의 노력에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가 함께 해달라”고 부탁했다.
조 장관은 기조 강연에 앞서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악수하고 김 위원장이 분계선을 넘어 남측으로 왔다가 다시 문 대통령을 데리고 북측으로 넘어가던 장면을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기도 했다. 그는 “실제 현장에서는 언덕 너머에서 기다리느라 자세히 못 봤는데 나중에 미디어를 통해 보니 도보다리라는 장소가 저렇게 좋은 풍경을 만들 수 있구나 하는 걸 새삼 느꼈다. 거기서 두 분이 30분 동안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며 합의문에 서명하고 악수한 뒤 두 정상이 손을 들고 포옹하는 장면과, 두 정상의 의지가 읽힌다는 점에서 모든 행사를 마치고 김 위원장이 차량에 탑승하기 전에 잠시 문 대통령과 눈을 마주치는 장면 역시 인상적인 네 가지 장면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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