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영화의 신 기원이자 새로운 기준이 되어 버린 영화 ‘매트릭스’ 속 추격 씬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자랑한 CTS는 판매량을 떠나 ‘스타일 좋은 세단’의 대명사가 되었다. 이어 등장한 2세대 역시 미국에서도 나름대로의 성과를 달성했으며 국내에서도 공격적인 가격 정책과 어우러지며 준수한 행보를 이어왔다.
그리고 지금, 캐딜락은 기존의 CTS보다 더욱 넉넉한 체격과 시대의 트렌드에 발 맞춘 개선 등을 거친 새로운 CTS를 시장에 선보였다. 크로스오버의 인기가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3세대 CTS의 성적은 그리 만족스럽지 못하겠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고유의 존재감’에는 아무런 결격 사유가 없어 보인다.
압도적 존재감으로 표현된 2세대 CTS
아직도 2세대 CTS, 특히 쐐기형태의 실루엣을 완벽하게 구현한 CTS 쿠페의 존재감을 강렬하다. 실제로 도로에서 날카롭게 성형되어 굳건히 웅크리고 있는 듯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단 번에 CTS 쿠페의 존재를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거대한 프론트 그릴과 수직으로 그려진 헤드라이트, 시야가 우려될 정도로 상승되어 이어지는 윈도우 라인과 곡선 없이 날카롭게 성형된 후면 디자인까지 그 당시 캐딜락의 ‘아트 & 사이언스’를 완벽하게 구현한 그 모습은 마치 컨셉카를 그대로 양산한 것처럼 보였다.
‘멋짐이라는 것이 폭발한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CTS 쿠페는 그렇게 ‘가지고 싶은 존재’로 기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딜락 CTS
2018년의 CTS는 사실 ‘최신’의 존재는 아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 현행, 그러니까 지난 2013년 첫 선을 보이고 2014년 국내 시장에 출시된 3세대 CTS는 대대적인 변화를 앞두고 있다. 실제 캐딜락은 가까운 시일 내에 새로운 네이밍 시스템과 새로운 디자인을 반영한, 그리고 더욱 시장이 바라는 방향성을 부여한 ‘CT5’에게 CTS가 담당하고 있는 바통을 넘길 예정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캐딜락 CTS는 지난 두 세대의 CTS가 보여줬던 것처럼 여전히 강렬하고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한다. 모던한 감성을 더한 엠블럼은 캐딜락의 상징인 거대한 프론트 그릴과 어우러졌으며 전통처럼 이어져 오는 세로형 헤드라이트는 LED 램프로 채워져 세련된 감성과 미래적인 이미지를 자랑한다.
게다가 타협을 했다. 2세대 CTS의 경우에는 손이 베일 정도로 과할 정도의 직선을 곳곳에 배치했다. 하지만 3세대의 경우에는 ‘필요한 곳’에는 곡선을 활용하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인 것이다. 이러한 변화로 캐딜락 CTS는 시장의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면서도 캐딜락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참고로 캐딜락 CTS의 체격은 기존 2세대에 비해 확실히 커졌다. 2세대 대비 100mm 이상 길어진 전장은 4,965mm에 이르기 때문에 시장의 트렌드를 이끄는 메르세데스-벤츠 E 클래스나 BMW 5 시리즈 등과 그 보폭을 맞췄다. 참고로 전폭과 전고는 각각 1,835mm와 1,440mm로 폭은 조금 좁은 편이지만 낮은 루프 라인을 자랑한다.
CTS의 후면은 최신 캐딜락의 디자인 기조를 그대로 반영하여 기존 2세대 대비 한층 세련되면서도 직선의 감성을 잘 살렸다. 다만 보는 이들을 압도하던 2세대 CTS의 쿠페의 그 강렬함은 다소 줄어든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대신 후면 범퍼 좌우로 듀얼 타입의 머플러 팁을 배치해 ‘스포츠 세단’ 혹은 ‘퍼포먼스 세단’의 아이덴티티를 고스란히 이어 받았다.
프리미엄 세단의 감성을 덧붙인 CTS
흔히 미국차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같은 것이 있다면 단연 ‘인테리어의 품질’에 대한 부정적 인식일 것이다. 하지만 캐딜락 CTS의 인테리어에는 고급스럽게 다듬어진 가죽과 본연의 질감이 돋보이는 우드 패널 등이 대거 적용되어 ‘진정한 고급스러움이 무엇인지’ 그리고 ‘미국식 프리미엄’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고 있다.
물론 지난 2세대 CTS의 실내 공간을 보면 유럽에서 온 프리미엄 세단의 실내 공간이 부러울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3세대는 결코 그런 생각을 가질 여지를 남기지 않는다. 실제 3세대 CTS는 듀얼콕핏 레이아웃에 고급스러운 소재를 대거 적용하며 고급스러운 감성을 연출했다. 덕분에 우레탄으로 덕지덕지 꾸민 세단들을 크게 따돌릴 수 있다.
개인적으로 우드패널이 취향에 맞지 않지만 사양 및 옵션에 따라 카본 패널 등을 더할 수 있으니 아무런 문제가 없다.
기능적인 부분에서는 2018년을 기준으로 본다면 다소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CUE(캐딜락 유저 인터페이스)의 직관적인 구성이나 기본적인 기능 등의 만족감은 우수한 편이지만 이를 표현하는 방법에서도 다소 아쉬움이 있다. 물론 이러한 요소들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며 특히 최근 공개한 XT4에서 볼 수 있듯 ‘꾸준한 발전’의 결실을 볼 수 있어 앞으로의 캐딜락을 더욱 기대하게 만든다.
차체 강성을 타 브랜드보다 중요시 하는 캐딜락의 특성 상 실내 공간의 확장에 많은 힘을 쓸 수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3세대 CTS는 패밀리카로도 나름대로 충분한 상황이다.
단단한 쿠션 감각이 낯설 수 있겠으나 우수한 착좌감과 만족스러운 홀딩 능력을 가지고 있는 시트는 드라이빙을 즐기는 이들에게는 최적의 시트라 할 수 있다. 참고로 시트 포지션은 상당히 낮은 편이며 레그룸은 넉넉하지만 헤드룸은 키가 180cm가 넘을 때에는 조금 협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2열 공간은 미묘하다. 1열 탑승자가 올바른 자세로 앉을 때라면 2열에도 키 175cm 정도의 성인이 탑승하기 큰 어려움이 없다. 다만 레그룸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다. 시트는 1열과 마찬가지로 단단한 쿠션 감각을 갖췄으며 가죽 자체의 만족감도 우수했다. 참고로 2열 공간에는 프라이버스 보호를 위한 수동식 윈도우 블라인드가 적용되어 있다.
강렬한 드라이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는 CTS
최근 캐딜락의 가장 큰 무기는 단연 드라이빙에 있다. 존재감으로 대표되는 디자인에 있어서는 보는 이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이지만 드라이빙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특히 캐딜락의 경우에는 다른 경쟁 모델들과의 직접적인 비교 아래 더욱 그 가치에 힘을 더하며 만족감을 높여준다.
오랜만에 만난 CTS의 시트에 몸을 맡기고 시트 포지션과 아웃 사이드 미러 등을 조율하고 시동을 걸었다. 시트에 대한 만족감은 다시 한 번 이어진다. 양산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맞춤 시트의 느낌처럼 다가온다. 시동과 함께 곧바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진중하면서도 묵직한 존재감을 전한다.
CTS의 보닛 아래에 자리한 2.0L 트윈스크롤 터보 엔진은 ATS와 CT6에도 사용되며 중국에서는 XT5에서도 활용되는 ‘캐딜락 엔트리 엔진’의 대표주자다.
혹자는 직렬 4기통의 레이아웃이 캐딜락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엔진 자체의 완성도는 걸출한 수준이다. 276마력, 40.7kg.m의 토크를 기반으로 하는 퍼포먼스나 회전 질감, 페달 조작에 따른 반응성 등 무엇 하나 부족함이 없다.
엑셀레이터 페달을 깊게 밟아 엔진의 출력을 100% 끌어 내면 매서운 가속력이 발산된다. 정지 상태에서 발진과 동시에 속도계의 바늘이 정말 빠르게 상승하고 고속 영역에 접어들어도 그 상승 정도에 힘이 빠지지 않는 모습이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전자가 느끼는 긴장감’은 정말 낮다는 점이다.
실제 캐딜락 CTS에 몸을 맡기고 그 가속력을 확인하면 ‘체감되는 속도감’이 무척 낮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실제 속도 대비 약 30~40%가 더 낮은 정도로 느껴진다. 이는 프리미엄 세단의 감성을 추구하고, 또 그 어떤 경쟁 모델보다 견고한 차체를 만든 엔지니어링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속도계를 보기 전까지는 ‘생각보다 재미가 없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실제 속도를 파악하고 놀라는 표정은 덤이다.
변속기는 토크 컨버터 방식의 8단 자동 변속기를 탑재했다. 기본적으로 업 쉬프트는 상당히 경쾌하고 기민한 편이며 변속 상황에서의 감성도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다. 실제 운전자가 변속기에 대해 의식하지 않으면 그 개입을 느끼기 어려울 정도다. 급 가속 상황에서도 적극적으로 킥 다운을 하며 운전자의 의도를 빠르게 반영하려는 모습이다.
다만 내구성을 고려한 셋업은 간혹 운전자와 상충될 수 있다. 실제 패들 쉬프트를 당겼을 때, 운전자의 판단을 100% 수용하지 않을 때가 있다. 운전자의 조작이 만약 최적의 변속 타이밍, 그러니까 오버 레브 상황이 예상되는 타이밍이라고 한다면 CTS는 자의적으로 변속의 순간을 조금 기다렸다가 변속하는 경우가 있다.
참고로 이는 기능의 불량이 아니다. 실제 고성능 스포츠 세단인 ATS-V나 CTS-V 역시 공통된 모습이다.
차량의 움직임은 기본적인 여유는 있으나 움직임의 시작과 동시에 기민하고 날카로운 성향을 드러내는 편이다. 스티어링 휠에 대한 반응은 반 템포 정도 여유를 두는 브랜드 고유의 느낌을 이어간다. 하지만 한번 방향을 틀기 시작하면 차량의 전면부터 후면까지 완벽한 일체감을 과시하며 민첩하게 반응한다. 참고로 스티어링 휠 림이 조금 얇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스포티한 드라이빙에는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차량의 움직임에 있어서는 차량을 기준으로 상하로 전해지는 충격은 나름대로의 포용력을 잠시 드러내는 모습이다. 하지만 좌우로 오는 충격, 움직임에 대해서는 견고하고 예민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과감하게 코너를 파고들 때 CTS의 움직임은 ‘과연 5m에 이르는 전장을 가진 세단을 위한 움직임’인지 ‘컴팩트 스포츠 쿠페’를 위한 움직임인지 착각이 들 정도로 공격적인 모습이다.
덕분에 CTS의 움직임을 한 번 맛보기 시작하면 그 주행의 페이스를 좀처럼 낮추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아니 정확히는 낮출 수 없을 정도로 ‘운전자를 계속 자극하며’ 주행 페이스를 높이게 하는 마성의 매력을 과시한다.
이런 움직임을 이어가다 보면 머리 속으로 제동에 대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다들 ‘이렇게 계속 페이스를 높여 달려도 될까?’ 혹은 ‘브레이크가 과연 버틸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채울 것이다. 이에 CTS는 브렘보의 고성능 브레이크 시스템을 탑재해 그 우려에 대비했는데 이 셋업은 서킷을 수 랩을 돌더라도 지침이 없을 정도의 내구성과 스포츠 세단의 출력을 압도할 수 있는 제동력을 갖춰 불안감을 일축할 정도다.
끝으로 CTS의 드라이빙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가 있다. 바로 리어 뷰 카메라 미러다. 일단 룸미러가 투영하는 것보다 300% 이상 넓은 시야를 제시하는 리어 뷰 카메라 미러는 또렷한 해상도,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스포츠 드라이빙 속 CTS의 시야를 대거 확보해준다. 참고로 리어 뷰 카메라 미러에 적응되면 일반 룸미러가 정말 불편하게 느껴진다.
좋은점: 존재감이 드러나는 디자인과 견고함으로 구성된 드라이빙
아쉬운점: 다소 좁은 2열 공간, AS 네트워크 및 브랜드 로열티
그럼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존재, 캐딜락 CTS
프리미엄 브랜드로서의 존재감이 약하고 AS에 대한 불신과 미국 차량에 대한 일방적인 편견 등 CTS의 주변에 주어진 불안 요소는 상당히 많다. 하지만 CTS의 드라이빙 실력을 경험하게 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CTS’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드라이빙 부분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는 모습이며 여전히 도로 위에서 뿜어내는 존재감은 확고하다.
그게 바로 CTS가 가진 최고의 무기이며 앞으로도 계승될 ‘철학’일 것이다.
한국일보 모클팀 – 김학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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