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27 남북 정상회담의 ‘판문점 선언’에 남북 철도 연결이 포함되면서 북한 및 대륙 철도 여행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엔 북한을 거쳐 유럽으로 향하는 기차 가상 티켓(사진)이 공유될 정도다. 만약 남북 연결 고속철도가 깔리면 어떤 노선이 우선 착공되고 운임은 얼마나 될까.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교통연구원이 지난 2016년 유라시아 고속철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연구에서 이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2일 한국교통연구원의 ‘유라시아 고속철도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기초조사’에 따르면 남북한을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건설하면 서울-신의주 구간을 가장 먼저 착공하는 게 타당하다. 평양-신의주 노선(평의선)이 북한의 주요 경제축인데다 남한도 중국 철도와의 연계를 고려하면 서울-평양-신의주 노선을 우선 착공해야 하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북한 지역 고속철도 운임이다. 교통연구원은 서울에서 신의주까지 경의선 연장은 총 420여㎞, 2016년 당시 국토교통부 고시 KTX 운임단가인 164.41원/㎞를 적용하면 서울-신의주 운임이 1인당 6만9,000원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서울-신의주 고속철이 완공되면 서울에서 철도로 중국 베이징과 선양, 하얼빈 등으로도 이동할 수 있다. 신의주에서 중국대륙철도(TCR)로 갈아타면 현 중국 요금체계 기준으로 서울-선양은 8만5,000원, 서울-하얼빈은 13만3,000원, 서울-베이징은 15만2,200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에서 하얼빈까지 고속철을 이용하면 5시간(시속 250㎞ 운행시)이 소요돼 항공기보다 2시간40분이 더 걸리지만 요금은 14만7,000원 저렴해진다. 서울에서 베이징을 이동할 때도 고속철이 시간은 3시간20분 더 걸리지만 요금은 19만7,800원 더 싸다. 더구나 철도역이 주로 도심에 위치해 접근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고속철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교통연구원은 서울-베이징 구간만 보더라도 연간 100만명 이상의 항공 수요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이 가운데 30%만 고속철을 이용해도 550억원의 운임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철도 개설로 인해 어느 정도의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지도 주목된다. 교통연구원은 서울-신의주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기본 수요와 교통 유발수요가 1일 1만5,000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철도산업위원회는 KTX 수입의 34%를 선로사용료로 내도록 하고 있어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할 경우 우리가 북한에 지급해야 할 선로사용료는 연간 948억원에 달한다. 교통연구원 관계자는 “한반도 고속철도망 구축을 통해 남한은 북한과의 경제협력 뿐 아니라 인적 교류를 더욱 활성화시켜 남북한 통합을 가속화 시키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며 “또 중국과 러시아 등 국제철도의 연계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유라시아 시장 진출 및 국제협력 강화 효과도 얻게 된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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