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과 메시지 교환은 확인
“대선 때 자발적 도움” 주장
보좌관 돈 거래 알았는지도 쟁점
경찰 “매크로 아이디 2290개”
성급한 소환에 봐주기 논란도
경찰은 4일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소환 조사키로 함에 따라 민주당원 댓글 조작 사건 수사가 핵심 관련자를 본격 겨냥하게 됐다. 당장은 참고인 신분이지만 조사 과정에서 혐의가 입증된다면 피의자신분 전환 가능성도 있는 만큼 김 의원 진술이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경공모 댓글 조작 지시하거나 방조했나
핵심 쟁점은 김 의원이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 등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 회원의 댓글 조작 행위를 지시했거나, 알고도 묵인ㆍ방조했는지 여부가 될 전망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의원은 재작년 11월부터 지난 3월까지 텔레그램을 통해 드루킹에게 총 14건의 메시지를 보냈으며 이 가운데 10건은 기사 주소(URL)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텔레그램을 통해 특정 인터넷 기사 주소(URL)를 보내며 “홍보해 주세요”라고 요청했고, 드루킹은 “처리하겠습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두 사람이 대선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소통해 오고, 텔레그램과 시그널 등 보안성이 강한 외국산 메신저까지 사용해 온 점 등에 비춰 김 의원이 드루킹 일당의 불법 행위에 관여하거나 알면서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김 의원은 댓글 조작 의혹이 불거진 지난달 중순 “시민들이 온라인에서 정치적 의사를 표시하는 등의 행위를 불법 행위와 동일시하는 건 정치 참여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시민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경공모 회원 일부의 일탈행위 배후에 내가 있는 것처럼 악의적인 정보가 흘러나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주장했다.
보좌관 돈 거래 몰랐나
김 의원 보좌관 한모(49)씨와 드루킹 측 간의 수상한 돈 거래에 대한 사전 인지 여부도 김 의원의 피의자 전환 여부를 판가름할 요소다. 김 의원은 해당 의혹(본보 21일자 1면)에 대해 “개인 간의 채권채무거래로 모두 변제가 된 부분”이라며 “금전거래 사실 또한 뒤늦게 알았다”고 밝혀 왔다.
보좌관의 채권채무관계라는 주장은 최근 경찰 조사에서 뒤집혔다. 지난달 30일 드루킹 측으로부터 500만원을 받은 혐의(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위반)로 경찰 조사를 받은 한씨는 “(드루킹 측으로부터) 빌린 돈이 아니며 ‘편하게 쓰라’고 전달 받아 개인적으로 사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채무관계란 기존 주장이 허물어진 만큼 한씨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이나 뇌물죄 적용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다만 한씨가 “김 의원은 돈 거래를 몰랐을 것”이란 취지로 진술한 만큼 김 의원의 관여 여부는 추가로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경찰은 김 의원 소환 하루 전 드루킹이 김 의원에게 일본 오사카 총영사와 청와대 행정관으로 추천한 도모(61)변호사와 윤모(46)변호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인사청탁과 관련한 구체적 사실 관계를 확인할 계획이다. 또 “필요하다면 한씨를 다시 불러 돈을 직접 전한 경공모 회원 김모(49·필명 성원)씨와 대질 조사도 실시하겠다”고 했다.
자료확보 미흡, 봐주기 조사 시선도
한편에선 경찰이 김 의원 혐의를 입증하는데 있어 핵심 증거가 될 통신·금융계좌 내역도 확보하지 못한 채 성급히 소환해 면죄부성 조사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혐의를 입증할 만한 단서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수박 겉 핥기 식 조사가 이루어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하지만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할 정도 수준의 증거는 확보한 상태”라며 “해당 증거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순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은 드루킹 일당의 추가적인 댓글 조작 정황도 포착했다. 경찰은 “네이버 측이 지난 1월 17일과 18일 이틀간 총 30만개의 기사를 들여다 보고, 경공모 회원으로 추정되거나 매크로를 사용한 것으로 보이는 아이디 2,290개를 추렸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경공모 카페 아이디와 매크로 사용 방식 등을 살펴봤을 때 드루킹 일당이 댓글 조작에 사용한 것으로 보이지만, 실체 없는 사람 명의의 아이디도 상당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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