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정 총무원장 3가지 의혹 제기에 반발
학력ㆍ은닉재산ㆍ은처자 문제
“MBC 최승호 사장과 PD수첩 제작진 등을 불교를 음해하는 훼불 세력으로 규정하여 이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 국내 불교 최대 종단인 조계종과 주요 방송사인 MBC가 정면 충돌했다. 교계에서는 사실상 지난해 10월 치러진 ‘총무원장 선거 시즌2’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지난 1일 방영된 MBC 시사프로그램 ‘PD수첩’의 ‘큰 스님께 묻습니다’편과 관련 “방송 프로그램이 불교닷컴 이석만 대표의 확인되지 않은 의혹, 주장을 토대로 구성되어 있다”며 “이에 대한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을 2일 내놨다. 불교닷컴은 총무원장 선거 당시 설정 스님 관련 의혹을 가장 강력하게 제기해온 매체로 자승 전 총무원장, 설정 현 총무원장과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PD수첩’이 전날 방영에서 다룬 총무원장 설정 스님 관련 3가지 의혹(학력 위조, 은닉 재산, 은처자) 역시 지난해 총무원장 선거 당시 제기됐던 것이다.
학력 위조 문제는 서울대 농대 졸업으로 알려져 있던 것을 서울대 부설 방통대 출신으로 수정했던 점이다. 설정 스님은 총무원장 선거 당시 이런 사실을 인정하고 참회한다고 밝혔다. 은닉 재산 문제는 속가의 형인 전흥수 대목장의 고건축박물관 소유주 논란이다. 설정 스님은 형님 소유의 박물관이 빚 때문에 경매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 소유권을 수덕사로 넘기는 과정에 개입했을 뿐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박물관 건립 당시 지게 된 많은 빚 때문에 일이 꼬였을 뿐”이라면서 “지난달 27일 수덕사 명의로 등기를 완료했다”고 말했다.
은처자 의혹은 30여년전 사미니(수행 중인 여승)가 설정 스님이 주지로 있던 심광사에 머물렀고, 설정 스님과의 사이에 딸을 낳았다는 주장이다. ‘PD수첩’은 딸로 추정되는 여성이 최근 캐나다로 출국했으며 이는 설정 스님의 주도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설정 스님은 “많은 오해에도 불구하고 입양한 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을 이상하게 보는 시각으로 나를 위협하는 일이 있었다”면서 “필요하다면 유전자검사까지 받겠다”고 밝혀왔다. 딸로 보이는 여성에게 돈을 지속적으로 보내줬다는 의혹 제기에 대해서는 “정말 숨겨놓은 친자식이라면 보낸 사람 이름까지 버젓이 밝힌 상태로 돈을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조계종은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불교닷컴을 상대로 10억원으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조계종 기획실장 금산 스님은 ‘PD수첩’ 방영 내용이 “이 소송에서 취득한 정보를 MBC에 제공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개인정보보호법과 금융실명제법 위반으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PD수첩’은 또 조계종 교육원장인 현응스님에 대해서는 10여년 전 해인사 주지 시절 성추행했다는 피해자들 증언을 보도했다. 이에 대해 현응 스님은 “사실이면 내가 승복을 벗을 테니, 허위라면 최승호 MBC 사장이 방송계를 떠나라”고 맞받아친 상태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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