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유예 출소 석 달 만에
두번째 해외 출장
삼성전자 미래 수익원 관련
굵직한 프로젝트 진행 여부 주목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2일 DS(반도체ㆍ디스플레이)부문 최고경영진과 함께 ‘중국의 실리콘밸리’인 선전(深圳) 출장길에 올랐다. 지난 2월 5일 집행유예로 출소한 이후 석 달만에 본격적으로 대외 현안을 챙기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이 부회장이 최고경영진과 동반 출장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삼성전자의 미래 수익원 발굴과 관련해 굵직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DS부문장인 김기남 사장과 메모리사업부장 진교영 사장, 시스템LSI사업부장 강인엽 사장을 비롯해 자회사 삼성디스플레이의 이동훈 사장 등과 함께 선전으로 출국했다. 삼성전자는 “세계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를 비롯한 중국의 글로벌 기업들과 비즈니스 미팅을 가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부회장으로서는 지난 3월 말 유럽과 캐나다 등에 이어 출소 이후 두 번째 해외 출장이지만 무게감은 확연히 다르다. 첫 출장이 1년간의 공백기로 뒤처진 글로벌 정보기술(IT) 흐름을 따라잡고 단절됐던 해외 기업인들과의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성격이었다면 이번에는 본격 비즈니스다. 동반 출장자들이 재무ㆍ회계 담당들이 아닌 것으로 미뤄 인수합병(M&A)보다는 글로벌 기업과의 거래나 협업이 주된 목적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2007년 전무로 승진한 뒤 업무의 80% 이상을 글로벌 사업에 집중했다. 해외 출장도 빈번했지만 수행원 없이 혼자 다니는 출장이 대부분이었다. DS부문 총괄은 물론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 수장에다 삼성디스플레이 사장까지 대동하는 출장은 처음이다. 세계 최고 경쟁력을 자랑하는 DS부문 최고경영자들이 해외에 총출동하는 것도 이례적인 일이다.
게다가 목적지가 1980년 경제특구로 지정된 이후 비약적으로 발전한 선전이다. BYD를 비롯해 통신장비 1위 화웨이, 민간 드론시장 1위 DJI, 중국 1위 IT기업 텐센트 등이 선전에 본사를 두고 있다. 선전컨벤션센터에서는 3일 ‘중국판 국제가전박람회(IFA)’인 ‘CE차이나 2018’까지 개막해 글로벌 비즈니스 미팅에는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DS부문이 전면에 나선만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가 모두 필요한 자동차 전기장치부품산업(전장산업)에서 성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전장산업을 차세대 수익원으로 키우기 위해 2016년 전장사업팀을 새로 조직했고, 미국 전장기업 하만을 전격 인수했다. 같은 해 BYD에도 5,100억원을 투자해 지분 1.92%를 확보하는 등 중국 전장산업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도 이 부회장이 본격적으로 대외 활동에 나서자 놀라는 분위기다. 뭔가 대외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단계에 도달했다는 신호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전에 없던 DS 최고경영진 동반 출장이라 조만간 가시적인 결과물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