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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버스 추락사고] “손주 용돈 줄 생각에 일 나간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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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버스 추락사고] “손주 용돈 줄 생각에 일 나간 건데…”

입력
2018.05.02 17:42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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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들 아무리 말려도 안 들어”

사촌 동서지간, 한집 건너 이웃들

반남면ㆍ시종면 깊은 슬픔 빠져

“버스가 옆차량 충돌 중심 잃어”

최초 충돌 원인은 아직 미확인

현장 재구성 위해 3D 스캐너 촬영

1일 오후 5시 21분께 전남 영암군 신북면 주암삼거리 인근 도로에서 25인승 미니버스가 코란도 승용차와 충돌한 뒤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아래 밭으로 추락했다. 연합뉴스
1일 오후 5시 21분께 전남 영암군 신북면 주암삼거리 인근 도로에서 25인승 미니버스가 코란도 승용차와 충돌한 뒤 가드레일을 뚫고 도로 아래 밭으로 추락했다. 연합뉴스

“마을에 줄초상이 난 게 믿어지지 않습니다.” 전남 영암에서 1일 오후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8명중 5명이 주소를 둔 나주시 반남면은 깊은 침통에 빠졌다. 2일 나주시 반남면사무소에는 사고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나온 유가족과 주민들이 모여 슬픔을 함께하며 서로 위로했다. 한 주민은 “어제 사고 소식을 듣고 일손이 잡히질 않는다”며 “한꺼번에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반남면에서는 자미마을에서 2명, 부흥마을과 상대마을에서 각 1명, 함께 숨진 버스 운전기사 이모(72)씨도 연화마을 주민으로, 모두 한 집 건너 사는 이웃이거나 친인척 간이다.

마을회관과 상점 앞 평상에 모여 앉은 이웃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사고로 동갑내기 친구를 떠나 보낸 이모(84) 할머니는 “젊어서 둘 다 반남면으로 시집와서 의지하며 지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마을회관 청소를 하느라 전날 사고를 피한 최모(85) 할머니는 “나도 그 버스 타고 일 나갈 뻔했다”며 가슴을 쓸어 내렸다.

도시처럼 일거리가 없는 이곳 할머니들은 하루 품삯으로 6만원 남짓한 돈을 벌려고 새벽에 밭일을 나갔다 변을 당했다. 반남면 한 마을에서 이장을 지낸 전모(60)씨는 “농촌은 도시처럼 소일거리 없다”며 “명절에 손주 용돈 줄 생각에 어르신들이 일을 나가는데 자식들이 아무리 말려도 듣지를 않았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남면 바로 지척인 영암군 시종면 월악3구는 주민 3명이 사망했다. 이들 중에는 사촌 동서지간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사망자 빈소가 마련된 나주시내 장례식장에는 갑작스런 사고에 유가족들이 참았던 눈물을 터트리며 오열했다. 나주시는 2일 반남면사무소에서 유가족 보상 대책을 논의하고 면사무소 앞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했다.

경찰은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해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도로교통공단, 국립과학수사연구소 합동 조사를 사고 현장에서 실시했다. 현장 재구성을 위해 3D 스캐너와 드론으로 3차원 측량을 하고 현장 증거를 촬영했다.

경찰이 확보한 미니버스 블랙박스 영상에서 사고 전 버스는 2차로, 코란도는 1차로에서 같은 방향으로 달리다 사고 직전 버스가 코란도 조수석쪽 사이드미러를 충돌하면서 중심을 잃고 흔들린 사실을 확인했다. 코란도 블랙박스는 고장으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사고 차량 외에 다른 차의 모습은 확인되지 않았다.

버스가 충돌 뒤 도로변 가드레일에 충격할 때까지 30m가량 궤적의 스키드 마크도 현장에서 확인했지만 최초 충돌이 왜 일어났는지 등은 밝혀지지 않았다. 경찰은 블랙박스 영상과 현장 측량 기록 등을 토대로 최초 충격 지점, 흔적, 속도, 안전벨트 착용 여부 등을 시뮬레이션을 통해 조사할 계획이다.

나주=하태민 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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