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3~4일 최고위급 경제대화를 진행할 예정이어서 양국 간 ‘무역전쟁’이 분기점을 맞게 됐다. 양측이 의제 선정과 협상 전망 등을 두고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대화ㆍ타협의 기조가 분명해진 만큼 상황이 더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경제대화를 앞두고 미국과 중국은 연일 상대방을 향해 경쟁적으로 강경 메시지를 발산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인 환구시보는 2일 사설에서 “미국 대표단이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을 비롯한 중량급 인사들로 구성된 건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절박함과 진정성을 보여준다”면서도 “계속해서 미국의 조건을 강요한다면 협상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미국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상호 이익의 무역 기조를 미국에 대한 중국의 경제침략으로 여길 게 아니라 양국의 경제 발전에 공헌한다는 인식부터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는 미국이 대중 강경파 위주로 대표단을 구성하자 중국을 향해 무역적자 대폭 감소와 구조 개혁, 지식재산권 침해 방지 등을 밀어붙이려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 미국 대표단에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등 매파 인사들이 즐비하다. 므누신 장관과 윌버 로스 상무장관,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 미국대사 등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인사들도 있지만 협상 자체는 강경파들이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많다.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劉鶴) 부총리와 중산(鐘山) 상무부장, 류쿤(劉昆) 재정부장, 추이톈카이(崔天凱) 주미 중국대사 등으로 대표단을 구성했고, 사실상의 중국 정권 2인자로 꼽히는 왕치산(王岐山) 국가부주석이 이들을 총괄지휘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은 이미 한 차례 충돌한 상태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이 협상 의제와 관련해 연간 3,750억달러(약 403조5,000억원)인 대미 무역흑자 중 1,000억달러(약 107조5,500억원) 감축, 인공지능(AI)과 반도체ㆍ전기차 등 첨단산업 육성책 억제 등 미국의 핵심 요구사항 2가지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충분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미국의 압박을 견딜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 요구에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불균형 비난으로 촉발된 만큼 미국이 공세를 펴고 중국이 방어하는 양상이다. 시 주석이 지난달 보아오(博鰲)포럼에서 개방 확대와 수입관세 인하를 약속하면서 진정국면에 들어섰지만 중국은 명시적으로 굴복하는 모양새가 되는 데 대한 거부감이 크다. 왕쥔(王軍) 중위안(中原)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양측이 협상 전 고압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건 정상적인 심리전술”이라며 “협상이 시작되면 여지를 남기고 실질적 성과를 얻으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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