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사정으로 보육원 맡겨져
신상기록에 이름 잘못 적힌 모친
대구경찰청, 전산망 통해 찾아내

10살 때 생모와 헤어져 프랑스로 입양된 50대 여성이 경찰의 도움으로 45년만에 생모와 극적으로 상봉했다. 45년 전인 1973년 할머니의 손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진 이 여성은 30년 전부터 생모를 찾았지만 실패를 거듭하다 최근 대구경찰청의 도움으로 1주일 만에 모친의 행방을 찾게 됐다.
회계사인 네덜란드인 남편과 함께 지난 1일 입국한 이모(55ㆍ프랑스명 마거릿)씨는 2일 오후 부산 남구 대연동의 한 주택에서 오매불망 그려온 생모 송모(83)씨와 해후했다. 오후 1시 30분쯤 집안으로 들어선 이씨는 꿈속에서 그려온 어머니를 보고 달려가 부둥켜 안았다. 말문이 막혔다. 하염없이 울었다. 한참 시간이 흐른 뒤 이씨는 “엄마 보고 싶었어. 사랑해요”라며 입을 열었다. 송씨는 “미안하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내가 널 못 키우고 버린 게 죄다. 날 용서해라. 널 버리고 열흘간 앓아 누웠다. 다시는 못 볼 줄 알았는데 살아생전 보다니 꿈만 같다”라며 울었다. 이씨는 “엄마 걱정하지 말아요. 원망 안 해요. 섭섭한 것도 없어요. 정말 행복해요”라며 되레 위로했다.
“너 한국말 잘 모르냐”는 송씨의 질문에 이씨는 “얼마 전부터 한국어를 다시 배운다”고 말했다. 곁에서 이를 지켜본 이씨의 남편과 만남을 주선한 대구경찰청 직원, 네덜란드 방송사 취재진 2명, 국내 언론인들도 눈시울을 붉혔다. 이씨 남편은 “아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너무 좋다. 감동적이다”고 소감을 말했다.
모녀는 30여분간 집안을 공개한 뒤 취재진을 물렸다. 자신들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다. 이씨 가족은 3주간 국내에 머물며 어머니와 관광명소 등을 둘러보고 출국할 예정이다.
이씨가 모친과 헤어진 것은 1973년. 집안 사정으로 할머니가 대구의 한 보육원에 맡기면서부터다. 이씨는 1974년 프랑스로 입양됐다.
이씨가 모친을 찾기 시작한 것은 1983년쯤부터. 한때 어머니를 원망도 했지만, 철이 들면서 혈육의 정을 끊을 수는 없었다. 자신이 잠시 머물렀던 보육원과 이메일 등으로 접촉했지만 성과가 없었다. 2년 전에는 직접 한국을 방문했지만 찾을 수 없었다.
30년간 실마리를 찾지 못하던 모친의 행방은 지난달 19일 보육원 원장인 김모 수녀가 대구경찰청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풀렸다. 당시 입소카드 확인 과정에서 모친 이름이 잘못 적혀 있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씨를 통해 실명을 확인한 경찰은 이씨가 보관하던 생모의 사진을 넘겨받아 행정전산망에 등록한 1925~1950년 사이에 태어난 같은 이름의 10여명을 대조한 끝에 송씨를 찾아냈다. 수사의뢰 1주일만이었다.
경찰의 연락을 받은 송씨는 자신도 10년 전부터 딸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이름과 나이, 이씨의 할머니가 보육원에 맡긴 사실 등이 일치했다.
이씨는 이날 모친을 상봉하기에 앞서 대구 수성구 대구경찰청을 방문, 감사의 인사를 전한 뒤 부산으로 출발했다.
대구=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부산=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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