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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장소는…” 트럼프의 외교 리얼리티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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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회담 장소는…” 트럼프의 외교 리얼리티 쇼

입력
2018.05.02 15:21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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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 풀리면 엄청날 것” 이어

“장소 날짜 며칠 안으로 발표”

12년 진행한 ‘어프렌티스’처럼

조금씩 정보 흘리며 궁금증 유발

평양 깜짝 방문 가능성까지 거론

백악관은 “후보지에 평양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 축구팀 시상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육군사관학교 축구팀 시상 행사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를 두고 연일 궁금증을 증폭시켜 나가자, 그의 평양행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백악관과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상회담의 임팩트를 극대화하려는 쇼맨십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깜짝 행보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개발업자로 성공한 뒤 리얼리티 쇼 ‘어프렌티스’를 12년간 진행하며 대중적 인지도를 높인 트럼프 대통령이 그의 업무도 리얼리티 쇼처럼 다룬다는 얘기는 진작부터 나왔다. ‘너는 해고야’(You’re Fired)라는 말을 유행시켰던 것처럼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해고를 트윗으로 통보한 것이나, 최근 이란 핵 합의를 두고 “내가 뭘 할 지 알려주지 않겠다”면서 합의 파기를 두고 안개 전략을 구사하는 것도 이런 쇼 진행 방식을 닮았다는 뒷말이 많다.

최근 압권은 북미 정상회담 개최지를 두고 벌이는 흥행몰이 방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개최지 후보로 5곳을 언급 한 후 이튿날 2~3곳에 이어 “2곳까지 줄었다”고 압축시켰다. 이어 30일에는 판문점을 고려하고 있다며 분위기를 띄웠고 1일에는 “구체적인 회담 장소와 날짜가 며칠 안으로 발표될 것 같다”고 말했다. 조금씩 정보를 흘려 기대와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며 ‘개봉 박두’ 식의 언급으로 관심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여러 후보자를 경쟁시킨 뒤 최종 우승자를 발표하는 쇼 진행 방식과 유사하다.

이런 그의 쇼맨십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거론한 뒤부터 아예 평양까지 가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판문점의 역사적인 상징성이 크지만, 이미 남북 정상회담이 판문점 이미지를 선점했다는 점에서 그만의 특별한 세러머니가 필요하다는 점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판문점을 거론하면서 “일이 잘 풀리면, 엄청난 기념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북한이 파격적인 조치를 취하면 북한이 원하는 선물, 즉 평양행을 택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띄운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그의 평양 방문은 비핵화 궤도에 오른 북한의 변화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평양행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낮다는 게 중론이다. 무엇보다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에 합의하더라도 미국 조야에선 사찰을 통해 불가역적인 핵 폐기 조치가 확인되기 전까지 북한을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팽배해 있다. 그의 평양행은 ‘핵보유국 북한에 굴복한 것이다’는 식으로 북한 선전에 이용될 수 있고 북한 인권 문제를 도외시한다는 이유로 보수층의 역풍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안전과 경호 문제도 쉽지 않다. 대규모 경호팀이 북한에 들어가 트럼프 대통령의 이동 경로를 사전 답사하며 북한의 시설물을 샅샅이 점검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질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백악관과 청와대 모두 이날 “정상회담 후보지에 평양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한국 방문 당시에도 비무장지대(DMZ)를 깜짝 방문하려 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워싱턴 외교가에선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를 누가 알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평양 방문을 둘러싼 설왕설래는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쇼맨십을 둘러싼 논란과 맞닿아 있다. 일각에선 자신의 업적을 과시하려는 욕구와 예측 불가능한 면모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덫에 걸려 핵동결 합의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와 불신이 줄곧 제기돼왔다. 요컨대 특유의 쇼맨십이 트럼프 대통령 자신의 성과를 스스로 깎아 내릴 수 있다는 뜻이다.

반면 쇼맨십이 북미 정상회담의 의미를 한껏 고양시켜 북한으로서도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서게 만드는 압박의 협상술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한반도 문제에 전세계적 관심을 증폭시켜 핵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개선에도 긍정적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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