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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WHO-손예진②] 국민 첫사랑, 예쁜 누나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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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수경의 WHO-손예진②] 국민 첫사랑, 예쁜 누나가 되다

입력
2018.05.02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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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에서 손예진이 1인2역을 선보였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클래식'에서 손예진이 1인2역을 선보였다. 시네마서비스 제공

"데뷔 초에 아픈 역할을 많이 했어요. 첫 영화 '취화선'도 그랬고, '연애소설'이나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도 아픈 캐릭터였거든요. 2000년대 초반에는 여주인공들이 그런 모습이 많았어요. '청순해야 해' '망가지면 안돼' 하며 이미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기였죠. 그 당시 저는 '내가 나이를 더 먹고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면 다른 것도 잘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미지를 지켜야 한다는 마음보다 도전에 대한 욕구가 컸던 거 같아요."-손예진

손예진은 자타공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배우'다.

청순미의 대명사, 국민첫사랑으로 주가를 올리던 2005년, 허진호 감독의 '외출'로 덜컥 변신을 시도했다. 연륜 있는 배우들도 소화하기 힘든 섬세한 감정선을 20대의 그는 차분하게 그려내며 진가를 입증했다.

이듬해 출연한 '작업의 정석'에선 섹시하고 발랄한 매력을 과감하게 드러내며 팔색조 매력의 정점을 찍었다. 2년 뒤 '무방비도시'에서는 소매치기 조직의 리더 역할로 파격적인 도전을 감행하며 세상을 놀라게 했다.

'무방비도시'에서 손예진이 소매치기 역으로 파격 변신에 나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방비도시'에서 손예진이 소매치기 역으로 파격 변신에 나섰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당시 '무방비도시' 라인프로듀서였던 애스토리엔터테인먼트 지현욱 이사는 스타한국에 "손예진 씨는 욕심과 열정이 남달랐다. 그러나 너무 큰 변신이다 보니 처음에는 힘들어했다. 감정을 잡는 신이 많았고, 워낙 등장하는 장면이 많아서 밤샘 촬영이 일쑤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 번은 해가 떠오르기 전에 눈물 흘리는 장면을 촬영해야 했는데, 촬영이 너무 지연돼서 10분 정도밖에 시간이 없었다. 다들 걱정을 했는데 손예진 씨가 엄청난 집중력으로 감정을 잡아서 그걸 해내더라. 그때가 제일 소름 끼쳤다. 스태프들도 모두 극찬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회상했다.

손예진에겐 늘 '멜로퀸'이란 수식어가 따라붙지만 엄연히 말하면 '연기퀸'이다. 안판석 감독 역시 최근 진행된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기자간담회에서 "사람들이 손예진 씨를 멜로퀸이라고 하지만, 액션도 잘하고 코미디도 잘하고 다 잘한다. 연기라는 게 무서운 거라서 다 드러난다"며 손예진의 연기력에 대해 극찬한 바 있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이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손예진이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했다.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대한민국의 독보적 여배우로 자리매김한 손예진은 연기를 대하는 자세가 여느 미녀스타들과는 달랐다. 데뷔 초 아름다운 외모로 주목 받았지만, 인기에 안주하지 않았다.

2006년 드라마 '연애시대'에 출연했을 때 나이는 고작(?) 24세! 나이답지 않게 단발의 성숙미를 뿜어내며 아이를 잃고 남편과 이혼한 여성의 심리를 잔잔하면서도 격동적으로 표현했다.

스크린에서의 변신은 더욱 화려했다. '아내가 결혼했다' '오싹한 연애' '공범' '해적: 바다로 간 산적' '비밀은 없다' 등 장르 선정에 망설임이 없었다.

연이은 도전 속에서 멜로 여왕으로서의 손예진은 추억 속 한 장면으로 남는 듯 했다. 그러나 이 또한 보란 듯이 뒤집으며 멜로 복귀작 '지금 만나러 갑니다'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국민 첫사랑에서 예쁜 누나가 되기까지 손예진의 여정은 길고 드라마틱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에서 그는 서른 다섯 살, 윤진아의 삶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며 생활밀착형 연기를 보여준다. 덕분에 이 작품은 30대 직장 여성들의 애환을 어루만지며 감동과 위로를 전하고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손예진의 인생작이 추가됐다. JTBC 제공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손예진의 인생작이 추가됐다. JTBC 제공

김성수 대중문화 평론가는 "손예진은 영화에 방점을 두면서 좀 더 과감한 연기를 보여주고, 드라마에선 편안하고 잘할 수 있는 연기를 하며 대중성을 유지시켜온 배우다. 손예진이라는 배우를 브랜드로 만드는 기획 전략이 다른 배우들보다 우수했다고 볼 수 있다"며 "다른 배우들의 경우 한창 젊고 잘 나갈 때 마구 다작을 하며 형성된 이미지를 소비하는데 급급하다. 그러다 보면 더 이상 새로운 것이 없어 식상해지고 인기가 저하되고 사라졌다가 어느 순간 완전히 다른 캐릭터를 가지고 돌아오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게다가 쉽게 자주 볼 수는 없는 배우이기에 손예진이라는 배우의 퀄리티가 유지된다. 손예진은 일상 속의 섬세한 장면들에서 내면 연기를 보여주는 능력이 탁월한 편이다. 아무렇지 않은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며 "손예진이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어왔던 흐름들은 여배우들이 분석해 볼만한 케이스"라고 높이 평가했다.

유수경 기자 uu84@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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