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요구 시위 더욱 거세질 듯
파슈냔 “정치권력, 국민에 전쟁 선포”
아르메니아의 민주화 혁명이 위기에 봉착했다. 반정부 시위를 주도하며 총리 퇴진을 이끌어냈던 야권 지도자가 의회의 반대로 새 총리로 선출되는 데 실패하면서다. 물러난 총리를 호위하는 집권 세력이 의회를 다수 장악하고 있는 탓이다. 분노한 시민들의 반정부 시위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아르메니아의회는 1일(현지시간) 니콜 파슈냔(42) 총리 후보에 대한 찬반투표를 벌여 찬성 45표 대 반대 55표로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지난 달 23일 사임한 세르지 사르키샨 전 총리가 이끄는 의회 제1당 공화당은 마라톤 회의 끝에 파슈냔 의원의 총리 선출에 반대하기로 했다고 표결 직전 발표했다. 일부 야당 의원도 파슈냔 지지 의사를 철회했다.
시위대의 지지를 받는 파슈냔 의원이 공화당의 반대로 총리에 선출되지 못하면서, 아르메니아 정치 불안이 장기화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파슈냔 의원은 총리 임명동의안 부결 직후 “국민에게 전쟁을 선포한 정치권력이 자기 자신을 파괴했다”면서 “아무도 국민을 상대로 이길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파슈냔 의원은 공화당이 총리 선출을 저지한다면 국민의 분노가 쓰나미로 덮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수도 예레반의 공화국광장에 모인 파슈냔 의원 지지자 수 천명은 표결 결과에 낙담하며 의회를 성토했다. 파슈냔 의원은 지지자들에게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고 공항을 비롯한 주요 수송 시설을 점거하라고 촉구했다.
반정부 시위는 세르지 사르키샨 전 총리의 장기집권 야욕 때문에 촉발됐다. 사르키샨 전 총리는 대통령직을 연임한 후 이달 초 퇴임했지만 8일만에 내각제 첫 총리로 선출되며 1인자 자리에 복귀했다.
이에 파슈냔 의원은 지지자들과 함께 13일부터 사르키샨과 공화당의 ‘권력 연장’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고 시위대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시위 지역 역시 수도 예레반에서 규므리, 아라라트, 바나조르 등 전국으로 확산됐다. 사르키샨 전 총리는 결국 23일 “내가 틀리고 파슈냔이 옳았다”고 말하며 사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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