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김천 은퇴자ㆍ자영업자
4년 전 취미로 시작해 실력 쑥쑥
장애인ㆍ요양시설 등서 위문공연
머리가 희끗희끗한 동갑내기 고향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매 주말마다 경북 김천시 연습실에서 해가 질 때가지 키보드와 기타, 드럼을 치고 노래를 한다. 때론 고아원 양로원 등을 찾아가 즐거움을 선사한다. 멤버들은 전국순회공연을 할 날만 손꼽아 기다린다. 7인조그룹사운드 ‘씨밀레’ 얘기다. 씨밀레는 ‘계속 같은 모양으로 이어서, 다시 한번 더’를 뜻하는 음악용어다.
씨밀레는 같은 또래의 김천지역 은퇴자와 개인사업가 등 7명이 2014년 결성한 그룹사운드 동아리다. 단장인 이상호(리드기타) 황삼연(키보드) 정동출(색소폰) 주경민(드럼) 최영화(보컬) 이영배(베이스) 유재흥(보컬)씨가 그 주인공이다. 정씨만 1954년생이고 나머진 모두 1953년생들이다. 모두 같이 초등학교를 다닌 친구들이다. 공무원 교사 사업가 일반회사원 등 직업은 다양하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빠지지 않는다.
이 단장은 “모두가 같은 고향친구로, 음악이 좋아 다시 뭉쳤다”며 “취미로 시작했지만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동아리로 거듭나자고 뜻을 모았다”고 말했다.
씨밀레는 2014년 말 김천시 평생교육원 우수평생학습동아리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시외곽 한 차고지 1층에 전용연습실을 마련했다. 조촐한 연습실이지만 열정만큼은 프로 못지않다. 아직 현역인 멤버들은 대구에서 달려오기도 한다. 오후 1시 연습이 시작되면 해가 져야 끝이 난다. 공연이 임박하면 수시로 모인다.
/그림 2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는 김천 실버그룹사운드 씨밀레 멤버들이 자신의 연습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다. 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신생 아마추어 그룹사운드이지만, 지금까지 20회가 넘는 대외공연 실적을 자랑한다. 2015년 우가촌 주민위문공연을 시작으로 4월3일 김천시 강변조각공원 합동공연까지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올 여름 직지문화공원 버스킹과 장애인ㆍ요양원 등 시설위문공연 연습에 여념이 없다. 요즘은 실력이 알려져 곳곳에서 공연요청도 쇄도한다.
씨밀레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것은 아니다. 이 단장은 “고교 밴드부에서, 시청 밴드부에서 활동한 멤버도, 교사 시절 학생들에게 드럼을 가르친 친구들도 있다”며 “생활전선에서 잠시 잊고 있었던 음악에 대한 열정이 은퇴와 함께 솟아났고, 다시 하나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꿈은 대형 트럭을 구입해 전국 순회공연을 하는 것이다. 이영배씨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남부끄럽지 않은 실버사운드가 되도록 하겠다”며 “요즘은 매일 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게릴라콘서트를 하는 장면을 꿈꾼다”고 말했다.
김천=김재현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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