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 거리, 자동차 안 공기가 탁하게 느껴질 때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기는 얼마나 나쁜지 궁금증을 풀어주는 대안이다. 정확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농도가 높은지 낮은지 정도는 대략 파악할 수 있기 때문. 재료 값만 내면 직접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 수 있는 강좌가 있다고 해서 기자가 직접 만들어 보기로 했다.
보통 강좌는 이틀에 걸쳐 진행되지만 속성 과외를 받기로 하고, 지난달 26일 서울 구로구 소재 서울IoT센터를 방문했다. ‘문송’(문과라서 죄송합니다)인 기자가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걱정하니, 노만호 시제품제작소 책임은 “가족단위로도 방문해 만들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했다. 지난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인원은 300여명이다.
첫 단계는 측정기 케이스 디자인이다. 3D모델링 프로그램을 활용해 케이스를 디자인하는데 이 때 원하는 문구를 새겨 넣을 수 있다. 이미 정해져 있는 디자인을 골라 이니셜을 새겨 넣었다. 레이저 커팅기에 아크릴 판을 올리고 디자인대로 두 개의 판을 제작하니 케이스가 완성됐다.
다음엔 정보를 처리해주는 마이크로컨트롤유닛(MCU)에 파란 박스 모양의 미세먼지 센서와 측정 정보를 보여주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화면을 점퍼선으로 연결했다. 작은 박스의 공기 흡입구를 통해 빨아들인 먼지에 빛을 쏘고, 먼지에 반사되는 빛의 양을 측정해 미세먼지 농도를 추정하는 광 산란 방식이라는 노 책임의 설명을 들으니 원리가 이해됐다. 이어 플라스틱 나사 등을 이용해 지지대를 만드니 어느 정도 측정기의 모양새가 갖춰졌다.
하드웨어를 만든 다음은 소프트웨어 차례다. 휴대폰에서 측정기를 통한 수치를 받아보고 측정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에 휴대폰 ID와 비밀번호 등을 입력해 코딩을 완료했다. 마지막으로 응용소프트웨어(앱)을 설치하고 앱에서 제공하는 위젯 프로그램을 이용해 미세먼지 표출 범위와 형태(그래프)를 만들었다. 다 끝난 후 앱을 실행하고 몇 초 지나자 화면에 미세먼지 수치가 표시되기 시작했다.
노 책임이 휴지로 먼지를 일으키니 30㎍/㎥이던 PM2.5 농도가 33㎍, 35㎍으로 점점 올라갔다. 집에서 요리를 하거나 청소를 하면 수치가 더 빠르게 올라간다고 했다.
만드는 게 그리 쉬운 과정은 아니었다. 원리를 다 이해하기도 불가능했다. 하지만 기성품을 구매했으면 모르고 지나쳤을 작동 원리를 알 수 있어 뿌듯함을 느낄 수 있었다. ‘나만의 미세먼지 측정기’를 만들고 싶은 이들을 위해 서울IoT센터는 이달 중 미세먼지 측정기 강좌를 열 예정이다. 배우는 과정은 무료이며 만든 제품을 가져가려면 재료비 4만5,000원을 내면 된다.
글ㆍ사진=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