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온 탓 개화율 작년의 30%
관광객 급감하며 지역 경제 타격
대구 수성구에 사는 조모(38)씨는 지난 달 28일 주말을 맞아 초등생 두 자녀와 함께 유채꽃으로 유명한 경주동부사적지를 찾았다가 크게 실망했다. 해마다 이맘때면 노란 유채꽃과 꽃양귀비 등으로 뒤덮였던 터라 멋진 가족사진을 기대하고 갔다가 발길을 돌렸다. 조씨는 “꽃이 듬성듬성하고 키도 작아 영 볼품이 없었다”며 “다른 데는 꽃이 좋은데 관광경주가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채꽃으로 유명한 경주동부사적지에 꽃이 사라졌다. 경주시는 2010년부터 황남동 첨성대에서 동궁과 월지 남쪽 4만8,000㎡에 유채꽃단지를 조성해 왔다. 4월 중순 벚꽃이 진 이후 이 지역은 경주의 최고 포토존으로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유채꽃밭에 서서 첨성대와 반월성을 배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기만 하면 ‘작품’이 될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는 꽃이 예년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키도 절반도 되지 않고, 유채도 듬성듬성해 멀리서 봐도 맨땅이 드러나 보일 정도다. 경주시와 인근 상인들은 꽃이 잘해야 예년의 30% 정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기온으로 유채꽃이 부실해지자 인근 상가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동부사적지 인근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이모(45)씨는 “요즘 관광객이 예년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 같다”며 “올해는 이상고온으로 꽃이 일찍 지는 바람에 벚꽃특수도 놓쳤는데, 유채꽃마저 이 모양이니 월세 낼 일이 꿈만 같다”고 한숨지었다.
동부사적지 유채꽃을 관리하는 경주시는 지난 겨울 혹한과 날씨 탓으로 돌렸다. 경주시 관계자는 “동부사적지 일대는 찬바람을 막아줄 만한 곳이 없는 황량한 곳으로, 낮은 기온에다 가뭄이 겹쳐 제대로 자라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주보다 기온이 훨씬 낮은 중북부지역 유채꽃이 장관을 이룬 것과 비교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화훼전문가들은 “겨울에 가뭄이 심하면 월동작물 뿌리 사이에 틈이 생기고, 그 속으로 찬바람이 들어가 얼어 죽는 경우가 많다”며 “경주가 경북 북부지역이나 경기보다 추운 곳이 아닌데 유채 생육이 부진한 것은 가뭄 영향이 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경주시는 일부 생육이 좋은 곳의 유채를 옮겨 심는 등 비상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예년과 같은 꽃을 보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특히 황룡사 일대는 관수시설이 없어 옮겨심기도 불가능하다.
경주시 관계자는 “가을에 파종하는 유채꽃은 겨울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데, 앞으로 동절기 수분공급 및 동해방지대책을 마련해 최고의 유채꽃단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성웅기자 ksw@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